◆ 팽창하는 빅테크 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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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독점 업체는 특정 시장에서 지배력을 활용해 가격 인상을 통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 후생을 하락시키는 데 반해 현행 빅테크 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전통적 독점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테크기업이든 금융기업이든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면서 "금융의 상당수는 고객 획득 비용인데, 플랫폼 기업은 빅데이터를 갖고 있어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소비자 후생도 저하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이 독과점이라고 주장하려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테크기업들이 타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으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는 신종 독점 기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은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는 독점적 경향을 갖고 있지만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전통 독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전제한 뒤 "이 때문에 시장을 창출하는 마켓 메이커로서 얼마나 입점업체를 공정하게 유지해주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플랫폼 기업의 소비자 이익 침해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서서히 진행되다 한순간 폭발하는 지점)를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를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플랫폼 규제법이 만들어지면 전 세계에서도 드문 법일 텐데, 그만큼 보편 타당성을 확보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도 "소비자 후생을 고려할 때 규제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는 생각이 든다"며 "혁신이라는 것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일구는 것인데, 이들도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공정위보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공정위가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지위 남용인데, 플랫폼은 비교 가능한 시장이 없기 때문에 공정위 사안이 아니다"면서 "차라리 방통위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자봉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을 준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특정 입점업체들에 유리한 행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염려에 따라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며 "영국 독일 등에서도 새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우리도 지금이라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의 노동자 보호에 대해 "일반 기업 노동자는 통상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보호에 큰 문제가 없다"며 "플랫폼 노동자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속에서 근무하고 있어 노동자에 대한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