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창하는 빅테크 ④ ◆
국내 유통업계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국내에서도 실현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57.3%를 차지하는 네이버가 지난해 기준 거래액 20조9200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 떠오르면서다. 2018년 스마트스토어를 내세워 쇼핑 영역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카카오 역시 유통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커머스 부문을 아예 분사시킨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서비스로만 3조원에 가까운 거래액을 기록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쇼핑 부문을 전담하는 전자상거래 자회사다. 아직 전통적 유통 강자들과 비교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2019년 기준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이베이코리아 영업익 615억원, 11번가 영업익 14억원)을 올리며 알짜 쇼핑 기업임을 신고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부문이 활황세를 맞으면서 카카오커머스가 카카오 전체 사업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이 커졌다.
이 같은 카카오커머스 성과는 선물하기, 톡딜 등을 통해 차별된 서비스를 내보인 결과로 분석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월간 순 활성자 4519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선물을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선물의 의미와 목적에 맞는 특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모바일 선물 문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2019년 6월 정식 오픈한 2인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은 주문 성공률 90% 이상을 기록하며 매 분기 두 배 이상 매출을 내고 있다. 이달 기준 누적 톡딜 상품은 11만개를 돌파했다. 거래액은 1년 만에 28배 이상 고속 성장했고 톡딜 참여 건수는 26배 이상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신선식품' 분야다. 지난 2월 개편한 푸드 전문 큐레이션 쇼핑 서비스 '카카오장보기'도 톡딜에 적용돼 있다.
특히 카카오는 최근 11번가를 카카오톡 내 탭에 위치시킨 것처럼 다른 쇼핑 업체도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 있다. 각 쇼핑 업체만이 가진 결제 데이터와 카카오의 개인화 데이터를 합쳐 '뉴 데이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정보기술(IT) 공룡'이 부상하면서 가장 큰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기존 오픈마켓은 물론 각종 규제에 막혀 신음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IT 공룡'이 불러올 지각변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국내 온라인 쇼핑 결제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가 수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만들어낸 실적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초 분석기사를 통해 '신(新)유통전쟁은 쿠팡과 네이버 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내용이 현실화한 것이다. ▶2019년 4월 29일자 A1면 보도
네이버에 따르면 4300여 개 외부 파트너가 가격비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메인 우측 하단 '쇼핑' 카테고리에 등록하지 않은 쿠팡도 가격비교 서비스에는 입점해 있을 정도로 이 서비스의 파급력은 강력하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등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오픈마켓형 서비스에는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대신에 판매자 스스로 상품 리뷰 등에 적립금·쿠폰 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케팅 자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적립금·쿠폰 등은 네이버페이, 네이버통장, 유료 멤버십 등을 이용할 때 네이버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적립금과는 별도로 판매자가 스스로 단골손님을 유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시하는 혜택이다.
쇼핑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판매자의 판촉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네이버 플랫폼에서만 사용하는 포인트를 판매자가 지불하게 돼 업체 간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라고 했다. 카카오 역시 수수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는 네이버쇼핑의 상승세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점유율은 전년 2월 11%에 비해 3%포인트 증가했다. 쿠팡을 제외한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대부분 오픈마켓은 같은 기간 점유율이 하락했다. 지난 6월 기준 57.3%에 달하는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 위치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발표한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결제 금액 기준 시장 1위 '네이버페이' 등을 무기로 '네이버쇼핑으로 들어와 네이버쇼핑으로 나가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커머스도 선물하기 거래액이 2017년 1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커지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업계는 포털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속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실제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등 기존 오픈마켓 강자는 2013년 네이버의 모바일 판매 수수료 인상에 반기를 들고 네이버에 고객 쇼핑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매출 급감을 감내하지 못하고 재입점했다. 쿠팡 역시 2016년 말 네이버 독립을 선언한 바 있지만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백기투항했다.
현재까지도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는 쇼핑 데이터를 내주고, 고객이 이용할 때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네이버 가격비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비 등 비용은 올라가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3월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운동화 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을 출범시킨 것도 유통업계에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운동화 재판매는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알음알음 거래되던 것으로, 오프라인으로 치면 '골목상권'에 대기업 네이버가 '포식자'처럼 진출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입점시켜 수수료를 받다가 돈이 될 것 같으면 직접 들어와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식인데도 포털의 막강한 지위 때문에 종속 관계를 탈피하기가 어렵다"며 "마치 지주와 소작농 간 관계로 유지되는 봉건주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홍성용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