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50조원, 코스피 3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가의 기업 분석 보고서가 두 달 넘게 단 한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변수로 기업 실적 추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변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사 레포트는 지난 4월 24일 흥국증권의 '아직 놀라기 이른 실적'을 끝으로 2개월 이상 발간되지 않고 있다. 시총 상위주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가 이처럼 뚝 끊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시총 상위주들은 이 기간 수십건의 보고서가 나왔다. 코스피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4월 24일부터 7월 6일까지 각각 83건, 50건이 나왔다. 시총 4, 5위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한 두단계 아래에 있는 NAVER와 셀트리온도 각각 78건, 30건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통상 분석 대상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목표주가를 같이 끌어올리고, 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목표주가도 같이 끌어내려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목표주가와 실제 기업 주가간의 괴리율을 유지하면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업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목표주가가 여전히 더 높으니 여전히 매수해도 된다는 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목표주가는 석달 전에 멈춰있다보니 목표주가가 현 주가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4월 20일 56만원선이었다.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9개 증권사가 이 회사에 대한 목표주가를 60만~6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20% 이상 올라 현재 75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 목표주가가 수정되지 않아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낮은 상황인데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실적 추정이 더 어려워진 반면 주가만 크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고평가가 심화되자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 상향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50조원으로 KB금융(15조원), 신한지주(14조원), 하나금융지주(8조원), 우리금융지주(6조원)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시가총액보다도 크다. SK텔레콤(18조원), KT(6조원), LG유플러스(5조원) 등 3대 통신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두 배 가량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약 2298억원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216배에 달한다. 같은 업종의 셀트리온도 PER 66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전반의 전망치 개수가 감소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실적추정이 쉽지 않은 가운데 주가가 상승하며 목표주가를 상회한 종목의 개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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