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해 2월 25일 LH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신혼희망타운 홍보용 게시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자료 = 전국 신혼희망타운 연합회] |
지난해 말 행복주택 홍보용 옥외 광고에서 '흙수저·금수저'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에는 신혼희망타운 홍보 영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해 2월 25일 LH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두편의 에니메이션 광고다. 현재 해당 게시글이 삭제되긴 했지만, SNS 등을 통해 원본 영상과 장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해당 광고 두편의 클립명은 숙박 예약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여기어때'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여긴 어때'로 붙여졌다.
'#여긴 어때-커플편'은 한 커플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야 이리와봐", "아잉 몰라", "나 믿지?", "오빠…" 등의 대사가 나오면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친절하게(?) 19금 딱지까지 붙여 이 광고가 묘사하려는 정도가 상당 수위를 넘어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 |
↑ 지난해 2월 25일 LH 공식 블로그에 올라왔던 신혼희망타운 홍보 에니메이션 `#여긴 어때-커플편` 일부.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이 영상을 볼 수 있는 URL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다. [자료 = 전국 신혼희망타운 연합회] |
'#여긴 어때-공포편'에서는 어둡고 거미줄이 쳐진 낡은 집안이 배경이다. 벌레가 나오거나 멀쩡히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떨어지는 등 공포스런 BGM이 깔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한 커플의 안색이 시퍼래지면서 무서워하다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다음달부터 월세를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집주인 문자를 본 커플이 괴성을 지르며 2층 건물의 창문을 깨고 탈출한다. 이에 나무에 매달린 부엉이가 커플편에서 들었던 로고송을 부른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이다. 결혼 7년 이내의 부부나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이라면 이 물량에 청약할 수 있다. 정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뒤늦게 발견된 이 홍보영상에 '전국 신혼희망타운 12개 단지 총연합'이라는 단체는 3일 'LH는 신혼희망타운에 LH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위례와 평택고덕, 양원, 감일, 동탄, 탕정, 지축, 장현A12, 장현A8, 운정, 별내, 와동 등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LH가 평소에 신혼희망타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영상"이라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신혼희망타운 총연합과 LH 사장 면담 ▲언론을 통한 공식사과 ▲손상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아파트 네이밍 재논의 ▲관련자 징계 및 처리와 결과에 대한 통보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H 측은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LH의 광고 관련 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인 작년 12월에는 행복주택 정책을 소개하기 위해 설치한 옥외광고를 통해 '흙수저·금수저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형식으로 제작된 해당 광고에서는 한 사람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대화 하단에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 家(가)!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이어졌다.
이 광고가 공개된 후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금수저'인 청년이 '흙수저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