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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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매일경제 레이더M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 관련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는 본계약 체결 기준 11조1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 규모 15조8821억원 대비 30.7% 급감한 수치이며 2013년 상반기 거래액 6조4683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 기업 관련 경영권 인수 거래는 거래 건당 50억원 이상 국내 기업 경영권 거래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등을 합친 수치다.
올 상반기 기업 M&A 거래 부진은 최악을 예상했던 당초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우선 윤종규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이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를 경험한 유럽, 일본 등에서 오히려 보험업 주가순자산배율(PBR)이 은행업 PBR보다 좋았다는 경험을 근거로 푸르덴셜생명에 2조3400억원 규모 투자를 과감히 단행했다.
그러나 하반기 기업 M&A 시장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통상 기업 M&A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 움직임이 빨라지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분위기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소나기'처럼 끝나기를 기다리며 버티던 기업의 실적 하향 추세가 하반기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기업 실적에 '장마전선'이 계속 머무르면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힘겨루기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각 추진 부인 공시를 냈던 뚜레쥬르, 신세계푸드 등은 이 같은 분위기의 예고편이다. 기본적으로 매각 측과 인수 희망자 간 눈높이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매각 측이 코로나19 이전 실적이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며 매각 밸류에이션 수준을 고수한 반면 인수를 타진했던 곳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한 인수 희망가를 제시하며 매수·매도 호가가 상당히 많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부인 공시를 내면 해당 시점부터 3개월 이후에나 매각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시간상 불리함을 감수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기업 M&A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매각 측은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는 와중에 주가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팔 유인이 떨어진다. 반면 매수 측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시장 가격을 용인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복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쉽사리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은 반면에 시장가는 과도하게 높다"며 "인수 작업을 진행할 유인이 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내년 이후 기업 M&A 시장은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숙명'일 수밖에 없는 PEF에 저금리에 지친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려 언젠가는 기업 인수 경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새 국내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신규 펀드 조성액 약 7조8000억원), 한앤컴퍼니(3조8000억원), IMM PE(2조2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1조5000억원) 등이 조성한 조 단위 PEF만 4개에 달하는 데다 최근 국민연금이 8000억원 규모 국내 PEF 출자를 단행하며 단일 펀드 규모 5000억원이 넘는 신규 PEF가 속속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내년 이후 기업 M&A 양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