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29일(1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해진 입찰 과정을 거쳐 다음달 주간사단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SKIET의 기업가치가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지난 29일까지 다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접수받았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대형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외국계 중에선 JP모건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IET는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습식 분리막'을 제조한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전기 접촉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SKIET가 만드는 습식 분리막(LiBS)은 노트북컴퓨터,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고 있다. 분리막을 독자적으로 생산한 것은 국내 최초며 전세계에서도 세 번째에 달하는 쾌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노시스템리서치(Techno System Research)는 올해 습식 중대형 분리막 시장에서 SKIET의 점유율이 약 40.7%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증설을 마친 뒤 생산 역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IET는 지난해 말 증평 공장 12호, 13호 라인을 가동하며 기존 생산량의 40%가 넘는 물량을 추가 생산할 여력을 갖췄다. 테크노시스템리서치의 추산 점유율은 시장의 '전통 강자' 일본 아사히카세히(20.7%), 일본 도레이(18.7%)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50년 가까이 축적해 온 화학 기술, 나노 기술을 내세워 분리막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기 시작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당분간 꾸준할 예정이어서 중장기 성장성이 높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SKIET는 물적분할 첫 해인 작년 2630억원의 매출액과 806억원의 영업이익, 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분리막 소재 기업들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 있어 기업가치 책정에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분리막 소재 업체인 '창신신소재(Yunnan Energy New Material)'는 현재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주가수익비율(PER) 67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선 에코프로비엠이 비교 기업으로 거론되는 데, 해당 종목은 코스닥 시장에서 PER 70배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다. 두 기업의 멀티플을 단순히 적용해 SKIET 기업가치를 최소 4조원 대 중반 수준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국내 IB들은 전기차를 비롯한 전방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해, 입찰 과정에서 5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제시하는 분위기다.
SKIET의 상장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상태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 투자로 악화돼 왔다. 지난 1분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SK이노베이션 부채비율은 135.6%,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차입금의존도)은 40% 정도였다. 객관적인 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최근 3년 사이 차입규모가 불어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점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해 말 회사 장기신용등급을 'BBB+'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상장 시점 기준 5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기업"이라며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더 할 나위없는 재무구조 개선 카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