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30일(15:4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197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증권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다음달 9일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6년이며, 투자자에게 제시할 이자율은 연 3.3%로 책정됐다. 발행사의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이나 투자자의 중도상환청구권(풋옵션)이 별도로 부여되진 않았다.
후순위채는 일반 무보증 회사채보다 변제 순위가 한 단계 낮은 채권이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자기자본으로 분류돼 자본을 확충하려는 증권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후순위채는 발행 당시엔 회계상 자본으로 모두 인정되지만, 만기 5년 미만일 때부턴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든다.
한국투자증권의 후순위채 발행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회사채 대신 후순위채를 조달하는 것은 자본 확충을 위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NCR는 2016년만 해도 1602.6%였으나 올 1분기엔 901.3%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기업 신용공여를 필두로 위험자산 익스포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NCR을 901.3%에서 1199.3%로 약 300%포인트 높일 수 있게 된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이번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후순위채의 변제 순위를 감안해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낮게 평정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 점유율이 상승추세며 수익창출력도 뛰어난 편"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따라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은 1974년 설립된 한국투자신탁 운용부문이다. 2000년 자회사로 분리됐으며 그로부터 3년 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2005년 3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그 해 6월 구 동원증권을 합병했다. 2017년 초대형 IB 중 최초로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회사의 영업순수익은 1조5635억원, 영업이익은 8839억원이었다. 그러나 올 1분기까지의 영업순수익은 221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은 807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대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손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