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엇 공시위반 무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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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선위는 TRS를 '불법파킹' 판단
2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검찰,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엘리엇의 공시 위반 의혹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된 TRS에 대해 검찰은 증거 불충분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은 엘리엇이 일부 지분을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에 이른바 '파킹(Parking)'해놓고 결정적인 시점에 건네받는 구조로 사실상 엘리엇이 이미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엘리엇이 외국계 증권사들과 사전 계약 등을 통해 '파킹'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 시장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결정이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구체적인 사건 경과를 들여다보면 알수 있다. 먼저 이번 사건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빌미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던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5월에 발표하자 주주였던 엘리엇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 과정에서 엘리엇은 6월 2일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가진 주주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틀 만인 4일에는 7.12%로 지분이 늘었다고 알렸다. 삼성물산 지분을 2일 만에 2.17%(약 340만주·3일 기준 6188억원)나 갑자기 매집했다는 것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이 아닌 장내에서 하루 3000억원어치씩 주식을 산다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거래"라며 "5% 이상 공시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금융당국은 엘리엇이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와 연합해 TRS 서비스로 지분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TRS는 당사자가 주식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사되 가격이 오르거나 내렸을 때 이익과 손실만 책임지는 상품이다. 당국 시각에서는 엘리엇이 증권사를 시켜 사전에 지분을 매수하고 문제가 된 2일간 지분을 건네받았다는 해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조사와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해 과징금 수준이 아닌 형사처벌을 필요로 하기에 검찰에 넘기기로 결정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 엘리엇 "공시의무 면탈 의도 없어"
당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엘리엇 측은 "관련 계약은 '소유에 준하는 보유'에 해당하지 않아 대량 보유 공시 의무가 없다고 봤다"며 "TRS 계약과 주식 거래는 별개의 법적·경제적 동기로 공시 의무를 면탈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엘리엇이 TRS에 대해 '소유에 준하는 보유'라는 얘기한 것 자체가 TRS 계약상 자신들이 지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어떻게 무혐의가 나왔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도 "TRS 투자는 계약 당사자가 거래 이후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까지 정해 놓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증권사를 뒤에서 조종하는데 그 소유권이 증권사에 있어 공시 의무가 없다는 건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TRS 지분 매입을 통한 개입이 무혐의가 되면서 향후 현대자동차그룹 등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엘리엇과 같은 벌처펀드가 다시 주요 경영 사항에 이 같은 구조로 공격해 올 경우 수많은 비용을 치르거나, 최악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합병 건에 개입한 뒤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조정 건에도 개입해 결과적으로 개편안이 보류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는 터무니없는 고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단 3%를 확보한 뒤 보통주 기준 4조5000억원, 우선주까지 고려하면 5조8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2018년 현대차 당기순이익의 3.5배를 넘는 액수다.
◆ 경영권 방어수단 없는 기업들 비상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축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무혐의 처분까지 나온 데 큰 우려를 표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 정부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대폭 감소시킨다.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과도한 제약을 받게 되고, 집중투표나 다중대표소송제는 이사 선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자회사의 모회사 경영 개입 등으로 경영 환경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경영권 개입에 나설 방침이며, 어느 대기업도 여기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무력화하는 다양한 장치에 이어 이제는 외국계 자본의 불법적 지분 파킹에 면제부까지 줬다"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