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판 된 청약시장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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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지역이었다가 단숨에 투기과열지구로 전격 지정된 인천 연수·남동·서구, 안산 단원 등 수도권 지역은 서울과 같은 수준의 고강도 청약 규제가 적용되면서 추첨제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투기과열지구는 전용 85㎡ 이내는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가점제 40%, 추첨제 60%를 적용한다. 85㎡ 초과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50%는 가점제로 뽑고 50%는 추첨제로 뽑는다.
비규제지역은 100% 추첨제로 뽑는다. 그동안 2030세대는 비규제지역으로 몰렸다. 하지만 청약을 기다리던 수도권에서도 가점제가 확대되자 2030세대는 '청포족(청약 포기족)'으로 돌아서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청약 가점 평균은 61점으로 2년 전 59점보다 2점이나 올랐다. 자녀 둘을 둔 4인 가족 가장이 저축 가입 기간 만점(15년 이상)을 받고 무주택자로 11년 이상 살아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인천 당첨 평균 점수도 53점으로 2년 전보다 4점이나 올랐다. 이 정도 고득점은 40대 실수요자도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달 초 청약을 받은 800가구 규모 부평 SK뷰해모로는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전용 84㎡의 경우 최저 커트라인이 66점이었다. 이 점수는 3인 가족 가장이 청약 저축 기간 만점,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 만점을 받아도 채울 수 없는 수준이다.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오로지 청약만 보고 기다렸는데 가점이 너무 높아서 부양가족을 늘리지 않고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 20년 가까이 무주택자로 살았는데 새 아파트 하나 못 받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40대조차 엄두가 안 나는 청약 시장에서 30대가 추첨제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민영 아파트 청약가점제에서 40대 당첨자 비율은 46%, 50대는 22%로 4050이 68%나 차지했다.
30대에게는 신혼특공이라는 '기회'가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소득 제한에 걸려 많은 맞벌이 부부가 혜택을 못 본다. 신혼특공은 3인 이하 가족 기준 월평균 소득이 722만원인 신혼부부(혼인신고한 지 7년 차 이하)가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맞벌이 신혼부부는 소득 요건에 걸린다. 아이가 없는 집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소득 우선 기준과 자녀 수 2명이라는 요건을 채워야 그나마 서울 아파트 청약에선 '당첨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전문직 부부는 신혼특공에서 원천 배제된다. 위장이혼에 위장실업, 단기실업 등 편법·불법을 넘나드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이유다. 낮은 소득 기준을 맞춰 신혼특공을 통해 들어간 신혼부부가 알고 보니 부모에게 도움을 받아 무직 상태에서 살아가는 '금수저'였다는 등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서울·경기 청약은 가점 때문에 언감생심이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30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라도 서울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30대 청포자들이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기존 주택 매입을 서두르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7192건인데 이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7%(1만1414명)에 달한다. 이는 40대(27.3%)에 비해서도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30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매한 지역은 노원구(1359건)였고 강서구(813건), 성북구(741건)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6억원대 이하 매물이 많아 보금자리론(LTV 70%·최대 한도 3억원)을 이용해 매수할 수 있었던 지역이다. 신혼부부 2년 차인 조 모씨(35) 부부도 염창동 쪽 6억원대 아파트 매수를 고민 중이다. 조씨는 "지금이라도 안 잡으면 영영
6·17 대책 이후 불안감이 커진 30대의 아파트 매수 행렬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은평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30대 신혼부부 손님이 부쩍 늘었다. 더 오르기 전에 대출 나오는 9억원 이하 아파트라도 잡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