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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3월 말 논의를 시작해 이달 초 수은의 외화표시 사모사채 수억 달러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사채는 공개모집이 아닌 투자자 개별 접촉을 통해 증권을 판매하는 채권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은이 발행한 외화사채를 삼성전자를 포함한 복수의 기업이 인수했다"고 전했다. 금융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가 사는 행위는 통상적인 범주의 일이다. 하지만 3월 말은 국내외 시장에서 달러 품귀 현상이 발생한 시기다. 금융기관이 이때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일시적인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처럼 유동성 경색 시기에 탄탄한 외화보유액을 갖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책은행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에 전격 투자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데 보탬이 됐다는 후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우려가 커진 3월 중하순의 자금 시장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1.5~1.6% 수준이던 CP 금리(91일물)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3월 17~18일 1.36~1.37%로 하락했다가 이내 폭등해 같은 달 26일 2.04%로 치솟았다. 2%대 금리는 2015년 3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이 금리는 4월 2일 2.23%로 고점을 기록한 후 점점 안정을 되찾아 현재는 다시 1.53%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 우량 채권으로 꼽히는 수은도 이런 상황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은은 3월 중하순께 유로 CP 발행을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하려다가 여러 차례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수은의 절박함은 외화 조달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들어 수은이 조달한 외화는 총 89억9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중 78%에 달하는 69억3400만달러가 3~4월에 집중됐다. 수은은 이후 4월 초중순까지 이어진 초유의 시장 경색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화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떠올렸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내부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최대 한도로 확보하는 게 최대 현안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달러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가 의사를 타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채권은 중간에 낀 증권사 브로커리지를 통해 발행하고 인수하기 때문에 발행기관이 투자자를 알 수 없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이번 건은 발행자인 수은과 대기업들이 논의한 후 브로커리지를 통해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수은 관계자는 "당시는 워낙 특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채권을 발행해서는 안 됐고 확실한 투자자가 필요했다"며 "투자 의사를 확인한 뒤 발행·인수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사모사채를 통한 수은 투자는 '윈윈'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