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판 된 청약시장(上) ◆
경기도 하남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소형 아파트 청약을 받았다. 주택종합저축 납입 횟수가 적었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약'을 따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녀 수 부문에서 점수를 높게 받아서다. 사실 자녀가 1명뿐인 A씨는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임신진단서를 위조해 자녀 수 3명 점수로 청약에 당첨됐다. A씨는 "청약 경쟁률이 워낙 높아 신혼 특별공급에 당첨되려면 자녀 수가 3명은 돼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면서 "설마 적발되겠느냐는 마음에 문서를 위조했다"고 털어놨다.
A씨처럼 주택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임신진단서를 위조한 사례는 정부가 적발한 것만 지난해 70여 건에 달했다. 정부가 청약제도를 왜곡해 당첨 시 수억 원의 차익이 생기는 '로또'로 변질시키면서 임신진단서 위조, 위장 전입, 청약통장 거래 등 범법행위가 점점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운만 좋으면 로또처럼 수억 원을 버는 청약제도를 만들어놓으니 형편이 어려운 국민들은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결국 정부가 범법자를 양산하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15일 국토교통부 ‘부정청약 적발현황’ 정보공개청구 문서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해 1~12월 전국 아파트 부정 청약 의심 사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총 133건의 의심 건수가 적발됐다. 전체 의심 건수 중 절반 이상(70여 건)이 임신진단서 위조였다. 지난해 6~7월에는 두 달 동안 전국에서 임신진단서 위조가 59건이나 적발됐다. 2017~2018년 부정청약 단골 혐의는 위장 전입, 불법통장 거래였다.
특히 정부가 2018년부터 신혼부부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민영아파트는 전체 일반 물량 중 10%에서 20%로, 공공 분양은 15%에서 30%로 2배로 확대하면서 '특공'을 노린 범법 행위가 급증했다.
신혼부부 특공은 해당 지역 거주기간, 혼인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 가구 소득, 자녀 수 등 각 항목 배점을 합산해 최고점부터 당첨된다.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자녀 수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특별공급을 위한 자녀 숫자를 산정할 때 '입주자 모집공고일 당시의 임신 상태'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분양업계에서는 자녀 수 부문에서 만점(자녀 수 3명 이상)을 받으려고 임신진단서를 위조하거나, 아예 브로커들이 자녀가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