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매도 금지를 100일 정도 남겨놓은 현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 이후 증시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공매도 금지로 인한 코스피 상승 효과가 약 9%였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과거 전례로 볼 때 오는 9월에 공매도가 다시 풀리면 코스피가 확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논리에서 나온 불안감이다.
8일 코스피는 2184.29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0.11% 상승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장중 한때 2200선도 돌파했지만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전일 대비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코스피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열하루간 7거래일 연속 쉴 새 없이 오르고 있다. 이 기간에 상승폭은 7.6%에 달한다. 불과 석 달 전 1400대까지 폭락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빠르다.
이 같은 증시 상승의 원인으로 향후 경제 재개와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라는 요인이 중요하게 꼽히지만,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금지시킨 데 따른 효과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실제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인데, 이후 낮은 가격에 되사 차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참여 주체들은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통상 하락에 베팅했고, 이에 따라 공매도 타깃주는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것이 코로나19 같은 대폭락 국면에선 증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판단하에 금융위가 지난 3월 16일을 기해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시켰던 바 있다.
실제로 공매도가 금지된 3월 16일 이후 코스피는 상승 국면에 있었다. 3월 16일 코스피는 1714.86이었는데, 3일 후인 19일 1467.64로 연중 저점을 찍은 뒤 빠르게 반등하며 올라갔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만의 효과라고 볼 순 없지만, 분명 영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 신한금융투자가 2008년과 2011년 등 두 차례 공매도 금지 조치 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에 미친 영향을 계산한 결과, 9% 정도의 상승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 공매도가 금지됐던 시기와 재개된 이후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투 연구원은 "2008년 PER는 주가 바닥 이후 공매도 재개 직전까지 12배 상승했지만, 재개 이후 11배로 하락하고 주가는 횡보했다"면서 "2011년에도 9배로 상승한 PER는 공매도가 재개되고 8.2배로 하락했다. 두 사례로 볼 때 공매도 금지는 코스피를 9%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 툴을 토대로 이번에 공매도가 금지되지 않았다면 코스피는 2000선에서 머물렀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공매도 재개를 약 100일 앞둔 이달부터 불안론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2분기 실적이 공개되는 시점과 맞물려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높아진 PER가 보정될 여지를 고려해야 한다.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분기 실적 하향은 이미 증시에 어느 정도 반영됐고 오히려 3분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경민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팀장은 "공매도 거래 재개는 코스닥 중소형주 등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작은 종목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코스피 등 시장의 추세를 바꿀 변수는 아니고, 일시적인 수급 교란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