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시중은행의 과도한 기업 고객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전념하던 시기에 4대 시중은행이 기업은행 우량 고객을 유치해가는 일이 유달리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시중은행이 연 1.5% 소상공인 대출 지원은 소극적으로 하면서 돈 되는 고객만 받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금융 지원을 실시해왔다. 4월엔 금융위원회 주도로 '소상공인 초저금리 금융 지원 패키지'가 마련되면서 그 일환으로 신용 1~6등급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 대출 약 7조원 규모(24만건)를 공급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시중은행 4곳이 신용 1~3등급 소상공인에게 해주고 있는 연 1.5% 이차보전 대출은 아직 소진율이 53.6% 수준(총한도 약 2조800억원)에 불과하지만 기업은행은 한 달 만에 한도를 소진했다. 지원 대상과 규모가 더 광범위해 수요자가 한꺼번에 몰리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신청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심사와 집행 절차가 100여 건 남은 지점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이 소상공인 대출에 집중하는 사이에 기업은행에서 검증된 우량 고객이 은행을 갈아타는 일이 유달리 많이 발생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경영이 힘든 시기라 다른 은행에서 내놓은 '저렴한 금리' 등 무기가 더 잘 먹혔다는 해석도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으로선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금리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이득이다. 은행 관계자는 "어떤 은행이든 처음에는 '미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지만 1~2년 지나면 금리를 올려 이익을 취해 가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에서 정보기술(IT) 회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김 모씨(50)는 최근 2차 소상공인 대출을 받으려고 A은행을 찾았다. 당장 10만원도 없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영업하다가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건 2차 대출 조건도 다 맞아떨어졌다. 당연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대출을 거절당했다. 신용등급이 7등급이고 기존 대출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은행에서 정부 정책은 정책이고, 우량 고객만 받도록 내부 규정이 있어서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정부가 내건 제외 사유에도 없는 신용등급을 이유로 50만원(5%) 책임을 못 지겠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에서 문구류 도소매 사업을 하는 20대 이 모씨도 최근 B은행에 2차 대출을 신청하려고 상담했다가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두 은행 모두 신용등급 6등급 이하 고객에겐 대출해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씨는 "각 은행에서 상담할 때 신용등급을 이야기했더니 6등급 위 고객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이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2차 소상공인 대출 차주를 골라 받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 95%를 보증해주는 상품이다. 만약 소상공인이 대출을 갚지 않으면 신보가 950만원을 대신 갚아준다. 은행은 1000만원 중 50만원만 부실 위험을 진다. 사실상 돈 떼일 우려가 없는데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은행은 이달 한 달 2차 대출금리 상한을 다른 은행보다 낮은 연 2.9%로 정했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낮추려다 보니 오히려 대출 문턱을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
하지만 2차 대출 때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대출 창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