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물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용지가 첨단물류센터로 탈바꿈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해당 용지는 2004년 이후 복합유통단지로 만들려고 했으나 정권 비리 연루, 인허가 지연 등으로 인해 매번 개발이 좌초됐다. 하지만 이번에 땅 주인인 하림이 복합개발안을 내놓았고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개발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16년간 방치됐던 땅이 제대로 개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에 위치한 옛 화물터미널 용지(9만1082㎡)는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첨단물류센터와 연구개발(R&D) 시설, 유통상가 등으로 복합개발될 전망이다. 가령 아마존 물류창고와 같이 수만 대 로봇과 드론이 곳곳을 누비며 배송하는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청사진이 제시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 물류 건축 교통 환경과 관련된 통합심의를 하고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후년엔 착공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양재 화물터미널 용지는 도시계획상 유통업무설비로서 최대 용적률이 400%다. 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될 경우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늘릴 수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용적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재 일대는 고속도로 나들목에 교통체증이 매우 심해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곳이다.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교통량 증가를 유발하는 집적건축물을 허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시 계획에 의하면 첨단물류센터와 R&D센터 외에 유통상가와 창고도 들어선다. 바로 맞은편에 현대자동차 본사가 있는 등 상가에 대한 잠재 수요도 꽤 있다는 분석이다.
양재 화물터미널 용지는 소유주였던 진로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로 쓰러지면서 용지가 경매로 나왔다. 이후 총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의 파이시티 프로젝트(복합유통단지 조성)가 2005년부터 진행됐으나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 악화로 결국 2014년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이후 국토부가 해당 용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시범 선정하자 하림지주가 2016년 5월 계열사(NS홈쇼핑과 하림산업)를 통해 4525억원을 들여 해당 용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그 후 현재까지 서울시와 의견 충돌로 인해 개발이 지연됐다. 서울시는 해당 용지를 R&D 혁신 거점(용적률 최대 400%)으로 지정하려고 했는데, 상업시설을 통해 수익을 내길 원했던 하림은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되게 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계획 권한이 있는 서울시 의견을 배제한 채 국토부가 첨단물류단지 선정을 먼저 발표했고, 여기에 하
림이 응했지만 정작 서울시가 이를 보류해 온 셈이다. 개발 지연으로 하림 계열사가 분기마다 내는 부동산 관련 세금만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다만 아직 하림 측이 개발안을 정식으로 제출한 것은 아니어서 향후 서울시와 하림 간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