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우리 속담의 하나로 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깊히 새겨 볼법하다. 의술에 서투른 사람이 치료해 준다고 하다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는 뜻으로, 능력이 없어서 제구실을 못하면서 함부로 하다가 큰 일을 저지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7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신참' 보험설계사로 인한 피해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막 시작했는데, 가장 만만한 영업 대상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인 탓에 이들이 덜컥 보험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다. 보험을 판매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내 가족'이라 금전적 피해를 입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십상이다. 혹여 내 아들, 딸, 조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참는 것이다.
신참이나 초짜 보험설계사는 경력이 짧은 만큼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험판매 자격증은 있되 실무 경험이 적다보니 판매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더러 발생한다. 심지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에서도 불완전 판매가 확인된다. 실제 일선 한 은행에서는 신입 사원으로 출근한 자녀의 실적 할당을 부모가 채워주면서 불완전 판매를 초래했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불똥이 튈까 쉬쉬했다. 계약 체결에만 매달리다가 핵심 내용을 빠뜨린 채 촤충우돌하며 과장스런 설명이나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신참에게 보험을 가입할 때는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절친한 보험설계사일수록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 보험설계사가 유독 권유하는 상품은 보험설계사에게 수수료가 많은, 즉 가입자에게 불리한 상품일 가능성이 크다. '내 가족 같은 마음으로 설계했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을 꼽씹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거짓말하는 설계사도 피해야 한다. '보험은 적금이다' 했는데 알고보니 종신보험. '서명만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해준다', '고지하지 마라. 2년만 지나면 괜찮다'. '이 보험 하나면 다 해결된다', '보험료를 내 통장으로 보내라', '보험 갈아타기 해봐' 등의 말을 하는 보험설계사라면 열에 아홉은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험설계사 명함도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보험모집인으로 불렸는데, 2003년 8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설계사로 규정됐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라고 부르지 않고 FP(Financial Planner), LC(Life Planner), FC(Financial Consultant), RC(Risk Consultant), FM(Financial Manager) 등의 다른 명칭을 즐겨 사용한다. 때문에 취업준비생 중에는 이런 명칭 때문에 보험설계사인지 모르고 발을 들이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보험설계사를 만나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보험설계사를 만나는 방법은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활용해야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보험 가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 등 보험협회는 2015년 1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설계사 모집경력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e-클린보험서비스를 통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물론 독립대리점(GA) 설계사 정보까지 조회 가능하다. 소비자가 보험설계사의 이름과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보험설계사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것. 고유번호는 보험계약 청약서나 상품설명서에 나와 있다. 다만, 수록 내용이 부실하고 특히, 불완전판매율이나 보험계약유지율 등은 보험설계사가 동의했을 때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불완전판매율과 같은 핵심정보 동의율은 6%를 넘지 않는다.
차선책으로 우수인증 보험설계사를 찾아보자. 보험설계사는 많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보험설계사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보험협회가 인증한 우수인증 보험설계사를 만나보자. 이 제도는 보험업계가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막고 건전한 고객 모집 질서를 세우자는 취지로 2008년 5월 도입됐다.
우수인증 보험설계사는 동일회사 3년 이상 재직, 13회차 보험계약 유지율 90%, 25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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