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2000 회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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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전 세계를 뒤덮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점을 찍고 40% 정도 회복하는 데 5개월 반이 걸렸던 것과 달리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 코스피는 같은 수준을 회복하는 데 절반도 안 되는 2개월 정도 소요됐다. 몰라보게 달라진 탄력 회복성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슈퍼 주식'들만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비교해도 코스피는 빠르게 회복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가장 최근 거래일인 22일(현지시간) 저점 대비 31.6% 정도 올랐는데 코스피는 26일 저점 대비 40% 가까이 회복했다. 일본 닛케이225도 26일 기준 저점 대비 28.2% 오르는 데 그쳤고,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인 대만 자취엔도 저점보다 26.7% 정도 오르며 같은 날 장을 마감했다.
그렇다고 타국 증시에 비해 더 극심하게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코스피는 올해 고점에서 최고 35.7%까지 추락했는데,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고점과 저점 차이가 37.1%, 유럽 유로스톡스50은 36.6%, 일본 닛케이225는 31.3%, 대만 자취엔은 28.7%였다. 대만보다는 낙폭이 컸지만 일본과는 큰 차이가 없고,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보다는 덜 떨어졌다. '오를 때는 느리게 찔끔 오르고, 내릴 때는 빠르게 확 내린다'는 오명을 갖고 있던 코스피의 반전이다. 코스피가 두 달여 만에 2000선을 돌파한 26일 개인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5000억원어치 가까이 코스피에서 팔았지만 코로나19로 폭삭 가라앉았던 증시가 오뚝이처럼 금세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개인들이 꾸준히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지난 3월 이후 5월 26일까지 약 석 달간 개인은 18조555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같은 기간 20조원어치 넘게 판 외국인 매도를 방어했다.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판다'는 비아냥을 듣던 개미들은 이번 코로나19라는 전염병 국면에서 투자 주체로서 '명예회복'을 했다.
외국인 위주로 움직이던 한국 증시 속성을 바꾼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기 전에도 코스피는 비싼 시장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과매도가 일어나면서 가뜩이나 쌌던 주식이 더 싸졌고, 부동산으로 쏠렸던 자금들이 규제 때문에 갈 곳을 잃다 보니 개인투자자 유동성이 대거 코스피로 유입되며 코스피의 빠른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상승장의 원인은 개인의 지속적인 순매수와 함께 외국인 매도세가 누그러진 것도 작용했다. 3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팔아치운 금액은 12조5174억원에 달했고, 4월엔 다소 누그러들었으나 여전히 4조959억원을 기록하며 금액이 컸다. 그러나 4월 말 31거래일 동안 지속되던 연속 순매도가 마무리됐고, 5월 들어선 소폭이나마 순매수와 순매도가 혼재돼 나타나면서 26일까지 누적 3조5284억원으로 꺾였다.
최근 상승장의 또 다른 원인은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힘을 받는 소위 '언택트주'의 급부상이다. 연초만 해도 시가총액 순위 20위권을 오갔던 카카오는 현대차를 제치고 10위권에 안착한 상태다. 5월 첫 거래일 18만65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26일 27만원으로 마감하며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44.8% 급등했다. 네이버 역시 월초 대비 20% 상승했고, 엔씨소프트도 28.4% 올랐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증시는 반도체, 인터넷 기업, 바이오 등 미래 성장과 관련 있는 하이테크 산업주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고 비중도 높다"면서 "이것이 코로나19 국면에서 피해는 줄이고, 회복을 빠르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000을 넘었다고 상승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언제든지 전염병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극심한 2분기 실적이 아직 나오기 전이라는 점 등은 부담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