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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산솔루스 인수 협상을 벌이다 철수한 한 사모투자펀드(PEF) 대표는 25일 "두산그룹이 시장 가격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며 "알짜로 구분되는 계열사의 매각 의사가 있는지 의심조차 든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급한 것은 두산 측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가격을 후려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 위해 인수 의사가 있었던 스카이레이크PE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다른 2~3곳 PE와도 인수 협상을 벌이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좁혀지지 않은 가격 차 때문이다.
두산솔루스 적정 가치에 대해 대부분 PE는 올해 초 거래가 이뤄진 KCFT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KCFT 지분 100% 인수 가격이 1조2000억원 수준이었으니 두산솔루스도 5000억~6000억원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산그룹은 KCFT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두산솔루스는 우선 헝가리 공장 증설 투자로 2021년 말까지 캐파 목표치가 5만t으로 KCFT(3만2000t)보다 크고, 동박 분야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경영권 지분만 해서 최소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수 희망가격과 두 배 차이 나는 셈이다. 두산그룹은 PE 대신 동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2차전지 업체와의 협상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보군으로 LG화학과 SKC 등이 거론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2차전지 동맹'을 맺은 삼성SDI 이야기도 나온다.
(주)두산의 알짜 사업 부문 삼총사 중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모트롤BG 역시 공개 매각이 진행 중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사모펀드 몇 곳과 개별 접촉을 했지만 역시 가격 차이를 확인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매수 희망가는 3000억원 이하, 매도 희망가는 4500억원 이상으로 1500억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IB 업계에서도 두산건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건설이 최근 5년간 건설용 레미콘 회사인 렉스콘과 두산분당센터 토지 지분 등을 줄줄이 매각해 재무구조를 많이 개선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 자체가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보유 자산의 매각 작업 진행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매수 희망자들이 시간을 버티면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요구로 시한 내에 팔아야 하는 처지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산솔루스 등 주요 매물의 매각 시한이 원매자들 예상처럼 촉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상 1년 내에 구조조정을 마치라고 압박하던 관행과 달리 채권단이 더 긴 시간을 두고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으로서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매물이 제값을 받는 게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단기적으로 팔 수 있는 것은 올해 안에, 장기 매각 과제는 내년이나 늦어도 3년 안에 매각하도록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자산은 비교적 매각 협상이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클럽모우CC는 삼정KPMG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PE 한 곳과 중견기업 한 곳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래 가격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 희망가격은 1300억원 수준인데 두산 측은 15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타워 매각은 부동산펀드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최종 매각가를 협의하고 있다. 7000억원 수준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산 유동화로 인한 차입금이 많아 매각하더라도 손에 쥘 수 있는 액수는 크지 않다.
두산건설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건설과 하나대체투자
[김기철 기자 /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