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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이르면 이달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형식적으로는 기업결합심사가 매각 마무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현재 러시아의 기업결합심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당초 4월이나 5월 초에는 러시아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로 지연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5개국은 이미 두 회사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HDC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은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야 HDC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DC와 금호그룹이 체결한 매매계약서에는 6개국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야 유상증자나 지분 인수를 실시할 수 있다는 선결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DC는 당초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3200억원에 인수하고 2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더라도 HDC가 섣불리 지분 인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HDC가 현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재무제표로 편입하면 그룹 전체의 경영 성적표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18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1분기 매출액은 1조1295억원으로 21.5%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 실적 악화가 개선되기 시작해야 HDC가 실질적인 인수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단은 HDC와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얘기가 없고, 그렇다고 어떠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말도 없어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이라는 유동성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채권단은 "인수자인 HDC가 기업결합 승인 절차 등을 완료하고 정상적으로 인수·합병(M&A)을 종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매각 마무리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공급 외에 HDC의 인수 부담을 낮춰주는 방법도 언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시 주당 가격을 낮춰 HDC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다.
채권단이 일찌감치 매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공사 긴급 유동성 공급 당시 대한항공에는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에는 1조7000억원을 지원한 것도 매각 장기화에 대비해 아시아나항공에 조금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으로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가동되면 매각 장기화나 매각 무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최우선 지원 산업이 항공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돈을 추가로 넣지 않아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이 관리할 수 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