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16 대책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갭 메우기'(가격 격차를 줄인다는 뜻) 장세로 인해 대출 규제가 거의 없는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의 경우 모아둔 종잣돈과 서울 내 LTV 70%(최대 한도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을 통해 4억~5억원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있는데, 최근 몇 개월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새 가장 가격이 오른 곳 중 하나인 성북구 돈암동 대단지 한신한진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기준 지난해 하반기 5억원대 후반이던 것이 최근 7억원에 팔렸다. 6개월 사이에 1억원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광화문과 거리가 멀지 않은 돈암동의 경우 그동안 집값 상승 혜택을 못 보다가 최근에야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추격매수를 하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 이문동도 마찬가지다. 청량리에 비해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집값 상승이 제한적이었는데, 최근 몇 개월 새 1억원가량 뛴 곳이 많다. 가령 4억원대 후반이던 이문동 쌍용아파트 전용 59㎡가 지난 2월엔 5억원대 후반으로 1억원이 올랐고, 현재 시중에 나온 매물은 모두 6억원 이상이다. 구로구 구로동, 강북구 미아동 등도 최근에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5억원대 아파트가 6억원이 되면서 4억원대 아파트 가격도 밀려 올라가는 모양새다. 정릉역 인근 정릉우성아파트는 지난해 말만 해도 전용 84㎡가 4억7000만원이었는데 올해 4월엔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가산두산위브 전용 59㎡ 역시 지난해 하반기 4억원대 중반에서 올해 2~3월 5억원대 초중반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가산두산위브를 구매한 이준석 씨(가명·34)는 "조금 더 늦었더라면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할 뻔했다"며 "가격이 5000만원
그러나 급한 마음에 추격매수를 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꽤 많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집값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분간은 관망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