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가 창사 이래 첫 공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전날 하나금융지주 수요예측이 진행돼 기관투자가 주문이 분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자회사들이 보유 중인 부동산 리스크가 커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날 700억원어치 영구채(신용등급 A+)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110억원의 매수 주문만을 확보했다. 모집액 대비 약 16%에 불과한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발행 금리는 투자자에게 제시한 수준(3.5~4.2%)의 최상단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주간사단은 추가 청약 방식으로 잔여 물량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발행 실무를 맡았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공모 시장에서 영구채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계열사 지원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지표인 '이중레버리지 비율' 개선에도 쓰일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영구채 수요예측 일정이 쏠린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나금융지주는 3500억원 규모의 영구채(AA-)를 조달하기 위해 19일 수요예측에 나섰다. 모집액 대비 2.3배 많은 8150억원의 유효수요를 끌어모은 뒤 발행액을 5000억원으로 늘렸다. 하나금융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메리츠금융지주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영구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며 "두 곳의 금융지주사가 연달아 수요예측에 나선 상황에서 첫째 날 발행물에 몰린 것"이라고 말
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부동산 리스크가 불거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계열사를 막론하고 부동산과 관련된 여신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신용공여성 우발채무 규모는 약 8조원에 달한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총자산 중 대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기도 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