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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0.44% 오른 1998.31에 마치며 '2000 고지'를 눈앞에 두고 물러섰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장 초반부터 2000을 넘으며 강하게 출발했다. 코스피가 장중 기준으로 2000선을 넘은 건 지난 3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인 20일 코스닥이 지난해 6월 26일 이후 약 1년 만에 처음 700선을 넘어섰지만 코스피도 2000선을 넘기기엔 매수세가 약했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비해 호재에는 적게 오르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하락하던 전형적인 코스피의 모습과는 달라졌다.
올해 주요국 증시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락한 저점에서 현재 주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코스피는 3월 19일 기록한 저점 1457.64에서 37% 넘게 오르며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소위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이 견인하는 나스닥지수가 올해 3월 23일 저점 대비 지난 20일 36.7% 오른 9375.78로 마감했음에도 코스피보다 회복 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우량주가 포진한 다우존스지수(32.2%)나 S&P500(32.8%)을 비롯해 경제·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 자취엔지수(25.7%)나 같은 동북아 지역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8.4%)와 일본 닛케이225지수(24.4%) 등에 비해서도 코스피는 연중 저점 대비 상승률에서 앞섰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경험한 위기 국면과 비교해도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의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 고점은 2008년 5월 16일(1888.88)이었고 저점은 10월 24일(938.75)이었다. 당시 '더블딥'을 경험했던 코스피가 2008년 저점에서 37% 이상 회복하는 데 2009년 4월 6일까지 5개월 이상 걸렸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코스피는 '더블딥' 형태로 전개됐다. 1997년 12월 12일 저점(350.68)에서는 1개월 만에 505.98(1998년 1월 15일)로 빠르게 반등하나 싶었지만, 1998년 최악을 기록했던 6월 16일(280) 저점으로부터 37% 이상 회복하기까진 4개월(1998년 10월 20일)이 필요했다.
코스피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신성장산업으로 평가받는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업종과 헬스케어 등 성장주가 견인했기 때문이다. 21일 신한금융투자가 연초 이후 5월 중 코스피에서 올해 전 고점을 돌파한 종목 비중이 높은 업종을 집계한 결과 1위는 IT·SW 업종(40% 이상), 2위는 필수소비재(30% 이상), 3위는 헬스케어(20% 이상)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사상 최대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를 떠받친 일명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도 코스피의 빠른 회복에 한몫했다. 올해 초부터 개인들은 연간 27조원이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그간 증시 방향을 결정해 온 외국인의 매도에서 증시를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연준이 내놓은 무제한 양적완화 등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면서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머니무브 또한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