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효과로 은행 연체율이 개선되고 신용카드사 카드론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가계·기업 신용 상태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실 요인'이 일정 부분 이연됐다는 측면에서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39%로 2월 말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3월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3월 중 연체 채권 정리 규모(1조9000억원)가 신규 연체 발생액(1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체 채권 잔액이 약 6000억원 줄어들었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분기 말 연체 채권을 더 큰 규모로 정리하곤 하는데,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연체율 지표는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2조3000억원이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활용하던 카드론 이용 금액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가 취급한 카드론 금액은 지난달 3조5851억원으로 지난 3월(4조3242억원)보다 17.1%(7391억원) 줄었다. 현금서비스 또한 감소세를 보였다.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지난달 3조8648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4조2755억원)보다 9.6%(4107억원) 줄었다. 이는 지난 1월 4조2044억원, 2월 4조2302억원, 3월 4조4124억원 등 4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3조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지표상으로는 가계와 기업 신용 상황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이라는 측면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금융지원책 일환으로 금융회사들이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에 나선 만큼 코로나19 사태 충격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 지표는 양호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각종 지원책으로 연체까지 넘어가지 않은 대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