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 |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일을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23곳이 ELS 총 50조7671억원을 판매·운용하고 있다. 이는 2010년 말 11조6866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ELS 시장이 급성장한 원인은 2010년 이후 예금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증시도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중수익 파생상품이 주목받은 결과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은 늘 지지부진하면서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ELS가 각광을 받았다"며 "증권사들이 앞다퉈 ELS를 판매하고, 조기 상환으로 이익을 낸 투자자는 재투자를 지속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리스크 헤지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ELS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행 잔액 1위인 삼성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9493억원(지난 연말 기준)인 데 반해 ELS는 7조7382억원(이달 6일 기준)에 달한다. 자기자본의 156%를 넘는다. 초대형 IB인 한국투자증권(117%), KB증권(135%)도 자기자본을 초과하고 있다. 아울러 자기자본 4조원 안팎의 예비 초대형 IB인 신한금융투자(115%), 하나금융투자(117%)도 ELS 판매량이 막대한 수준이다. 중견 증권사인 신영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2287억원인 데 반해 ELS 잔액은 2조5140억원으로 205%에 달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ELS 판매량이 많다고 무조건 부실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증권사가 마진콜 문제나 대량 손실 가능성에서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당국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제재가 필요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ELS가 대부분 투자금의 5~15%만 옵션 거래를 하고 90%가량은 채권 투자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운용으로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로 5% 수익을 주는 방법은 85~90%에 달하는 투자금을 1~2% 수익률인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바탕을 만들어놓고, 나머지 5~15%를 옵션 투자를 통해 전체적으로 5~10% 수익률을 기대하는 구조"라며 "내막을 보면 판매량을 조절해야 할 만큼의 대형 리스크는 없다"고 반박했다.
일괄적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스크 헤지 역량의 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총량만 규제하면 증권사마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16년 국내 ELS 발행 물량이 몰려 있던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시적으로 홍콩지수 ELS에 대한 판매 제한에 들어갔었는데 당시 소비자들의 선택이 제한된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거금 추가 납부와 ELS 판매량 감소 등은 증시 회복에 따라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에서는 대형 증권사에는 수수료 수익 저하 등 악재가 되겠지만 중소형 증권사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은 60조원에 달하는 데 반해 ELS 발행 잔액은 50조원인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이기보다는 판매 증권사의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예컨대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이 2조2584억원인 데 반해 ELS 판매 잔액은 1조210억원으로 수치상으로는 약 1조원어치의 ELS를 더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자기자본 2조원이 넘는 대신증권도 현재 ELS 잔액이 1조2088억원에 불과해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다. 이 밖에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인 중소형 증권사들도 보다 다양한 옵션의 ELS를 개발해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증권사 위주의 ELS 상품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다양한 ELS가 출시되면서 상품 선택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상품 총량이 제한되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공격적인 수익률 상품보다는 다소 안정적인 저수익 상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금융위는 ELS 판매 규제에 대해 단번에 판매 중지를 요구하기보다는 단계적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금융기관 부동산PF 익스포저
■ <용어 설명>
▷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 :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발행 시점 기준가 대비 기초자산의 등락 정도에 따라 만기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
[진영태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