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올 1분기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기업은 358곳에 달한다. 4월 말까지 포스코와 LG상사 등 새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42곳을 합치면 400곳에 달해 연간 기준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은 코로나19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추락했던 지난 3월에 특히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급락하던 3월 미국 증시도 고점 대비 30%가량 폭락했지만 미국 상장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GM, 힐튼 월드와이드 등은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 중단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취약했던 한국에 비해 다소 무리하게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 온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실물경제 충격을 맞아 배당금·자사주 매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 배당 모두 '기업 이익'이란 같은 재원을 활용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이익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연말 현금 배당 재원을 미리 끌어다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재원이 결국 같다는 점에서 올해 주주환원은 연말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으로 미리 실시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국내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 효과가 큰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미온적 행보를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연말 배당 재원을 미리 동원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해도 소각이 수반되지 않는 한 주주환원(주가 부양)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자사주 매입을 개시한 상당수 대기업 주가는 주주환원 호재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3일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2만3500원에서 지난달 29일까지 20.4% 하락한 9만8300원에 머물러 있다. 같은 달 24일 자사주 매입에 나선 한화솔루션 주가도 1만9100원에서 1만4550원으로 23.8% 하락했다.
유안타증권 분석 결과 2016~2018년 진행된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비중은 매입 금액 대비 2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 규모인 44조8820억원 가운데 자사주 소각 비중은 17.8%, 규모는 8조80억원에 불과했다. 2014년 이후 대규모 자사주 소각 사례는 10회에 걸쳐 실시한 삼성전자의 55조원 규모 소각과 더불어 2015년 5월 SK와 SK C&C 합병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1조497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2018년 8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현대차(8227억원)와 현대모비스(5258억원) 등으로 손꼽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과 상관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입 자사주를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고, 대주주 입장에서 지주회사 분할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우호 지분에 자사주를 매각해 사실상 의결권을 되살리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저가에 매수한 자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