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채 양극화 심화 ◆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KDB산업은행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 등 금융 지원 패키지에도 불구하고 A등급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것은 일단 20조원 규모 채안펀드의 제한적인 지원 대상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채안펀드는 4월 초에 롯데푸드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듯했지만 결국 AA등급, 3년 이하 만기 회사채만 편입할 예정이라 A등급 이하 회사채들의 국고채 3년과의 스프레드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저신용 회사채 매입 정책 역시 아직 시작되지 않아 시장에 온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위 운용사에 전달한 한 채안펀드 약관에 AAA 은행채를 매입하라고 돼 있는데 이는 수출입은행과 시중 대형 은행 몇 개만으로 채권 매입 범위를 한정한 것"이라며 "AAA 은행채는 지난 3월에도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채안펀드가 막상 지원이 필요한 곳은 놔두고 엉뚱한 곳을 타깃으로 잡아 아예 집행을 못하고 있는 펀드도 많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채안펀드의 낮은 보수에도 불만을 표시한다. 보통 공모 채권형 펀드는 판매보수, 신탁보수, 운용보수 등을 합해 총보수가 50bp가량 되는데, 채안펀드는 총보수가 1bp에 불과해 판매사를 섭외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표면금리를 3~5% 제시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들도 시장에서 거래가 안 되고 있다"며 "채안펀드에서 소외되고 증권사들도 돈이 없다 보니 A등급 회사채가 금리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매수세가 전혀 없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도 기업 디폴트를 막기 위해 채권 매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선 채안펀드 출자자가 주로 은행인 이상 보수적인 운용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계속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데 A등급 채권에 투자하면 결국 재무지표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20조원 규모로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기구(SPV)를 조성한다는 계획의 실현이 지체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 4월 22일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