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에 위치한 모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유 DLS 가치가 떨어진 김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가치는 '깡통' 수준이라 증여 신고를 해도 증여세가 거의 나오지 않지만 만기까지 유가가 회복되면 원금 회복은 물론 일정 수준의 이자까지 자녀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최근 원유 DLS를 증여하겠다는 고객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에 대한 정확한 투자 가이드를 위해 현장 PB들이 본사 세무팀에 자문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DLS 상품을 상속·증여하기 위해서는 상장주식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를 통해 명의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의 종가를 평균해 증여가액을 산정하는 반면 DLS는 증여 시점 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 20일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증여를 했다면 증여세를 아예 내지 않고도 증여가 가능했던 셈이다.
원유 DLS 증여가액은 기초자산 가격을 토대로 만기, 상환 배리어, 조기 상환 가능성 등 요인을 고려해 산정된다.
한국신용평가 파생상품 부문 관계자는 "DLS 평가 가치는 기초자산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상품마다 구조가 다르지만 최근 (원유 DLS) 발행 시점 대비 유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인 데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격 대비 원유 DLS 평가 가치가 대체로 더 낮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작년 하반기 대비 70~80%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원유 DLS 평가 가치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에 형성된 셈이다. 예를 들어 80%의 평가손실을 가정하면 원금 1억원을 DLS에 투자했을 때 이를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증여가액은 2000만원에 해당한다. 세법상 자녀에게 5000만원까지 증여공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때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향후 유가가 회복돼 원금과 이자를 합해 돌려받은 금액이 1억원을 초과한다면 자녀는 초과분에 대한 배당소득세만 지불하면 된다.
상품 구조에 따라 평가가액이 다르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현재 유가 상황에서 원금 2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거의 내지 않고 증여가 가능하다.
원유 DLS는 지난해 말께 올해 국제유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금이 대거 몰렸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원유 DLS 발행 규모는 기초자산별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917억원, 브렌트유가 3720억원으로 총 1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발행된 원유 DLS 중 대다수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DLS 상품은 기초자산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50%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20달러 밑으로 떨어진 현재 유가를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유선물 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향후 만기가 2~3년가량 남아 있어 만기일에 유가가 발행 기준가 대비 50~85%로 올라오면 원리금 회복이 가능하다.
국세청 자본거래과 관계자는 "ELS·DLS 상품에 대한 증여 현황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주식도 시장가치가 낮아졌을 때 증여하면 증여세가 줄어들듯 최근 시장 상황으로 인해 DLS 상품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유가 폭락으로 4월 들어 원유 DLS 발행은 거의 말라붙은 상태다. 지난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 규
■ <용어 설명>
▷ 파생결합증권(DLS) : 실물 자산(금·원유), 이자율, 환율 등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에 투자해 해당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