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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외국인은 4월 말까지 코스피에서만 무려 20조원 가까이 팔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보지 못한 기록적 매도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3월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시 서킷브레이커(지수가 8% 이상 등락 시 1차 발동)와 사이드카(선물 시장 전일 종가 대비 5% 등락 시 발동)가 발동될 정도로 팔았던 외국인이다. 지수는 1400대부터 2000대까지 오르내리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러나 4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은 한국에서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강도는 3월(12조7371억원 순매도)에 비해 눈에 띄게 약해졌다.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팔기만 했던 외국인이 17일 3186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는가 하면 27일에도 183억원어치를 사들였고, 4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에도 2358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도 장중 한때 1950선을 넘으며 상승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 오른 1947.56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5월 외국인 컴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5월이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측은 이미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을 지나치게 많이 줄였다는 점, 그간 한국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주며 흔들리던 미국 증시도 안정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이 코로나19 국면을 비교적 잘 극복해 각종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할지언정 타국 대비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외국인 매도는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했지만 2008년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이어진 33거래일 연속 매도 릴레이에서 누적 매도 금액은 9조원이 안 됐다. 3월 단 한 달간 13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것은 과매도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보유 규모는 468조7390억원으로 2016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금액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은 평균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나게 팔았다"고 진단했다.
'과매도'라는 데 이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가 극한의 변동성 장세를 멈추고 안정화됐다는 점은 외국인 컴백에 힘을 싣는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미국의 VIX(변동성지수)는 3월 이후 항상 한국의 공포지수인 VKOSPI보다 높았다. 그러던 지수가 역전된 것은 지난 24일이다. 실제로 바로 다음 거래일인 27일 외국인은 소폭이지만 코스피 순매수로 전환했고, 29일에도 재차 순매수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증시 변동성이 크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확 떨어져 한국이 속한 신흥국의 위험 자산인 주식부터 처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이 해소되고 있는 만큼 5월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매를 먼저 맞았지만, 한국이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도 외국인의 5월 복귀설을 뒷받침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처를 누가 제일 잘했느냐가 투자 비중 조절의 첫 번째 고려 사항이고, 두 번째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 폭이 어디가 가장 작은지가 관건인데 한국은 두 가지에서 모두 우수한 쪽"이라며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한국은 기존 2.2% 성장 전망에서 -1.2% 성장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전 세계 평균 3.3% 성장에서 -3.0% 성장이나 미국의 2.0% 성장에서 -5.9% 성장, 일본 0.7% 성장에서 -5.2%로 하향 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조정폭이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2분기 실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대두하면 주가가 빠지지 않을 수 없고, 현재 상황의 원인인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요원하다는 점, 국제 유가가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급등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코스피 기업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18.1%나 하락했다. 이마저도 계속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 외국인들이 실적 악화 기업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계속 잠재돼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외국인 러브콜이 다시 오려면 건전한 형태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하는데, 유가 불안과 실적 등 많은 요인을 놓고 볼 때 그렇다고 단언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난항에 봉착했다는 점도 리스크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램데시비르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 실패 보고서 등이 실수로 유출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널뛰는 유가도 문제다. 코로나19로 기름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실패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는 중이다. 기름값 등락의 문제를 넘어 정유와 셰일가스 기업 등의 도산과 신용경색 등으로 이어지면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 외국인 5월 복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