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측면에서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될지 분석해보자. 우선 '사태의 심각성과 장기화 여부'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2003년 사스와 유사한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며 성급하게 위험 선호를 택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에 신중하게 접근했던 사람들은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둘째,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해서도 너무 낙관적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의 대규모 금리 인하에도 시장이 폭락한 것은 전염병이 계속 확산되고 있을 때는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전염병은 초기에 적절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중국은 억압적인 정치 체제가 정보의 자유로운 전달을 방해하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다만 이후 우한시와 후베이성을 강압적으로 봉쇄하면서 전국적 확산을 방어하는 높은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한국은 한국전쟁과 권위주의 정부의 경험을 통해 새마을운동, 민방위체제 등 전시동원체제 국가였고 공익을 우선하는 전통이 남아 있는 공동체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고 판단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런 대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한국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경제적 충격' 측면에서 지정학적 충돌은 양 국가 사이를 악화시켜 관세 인상 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수출과 투자에 부담을 준다. 자연재해는 생산시설의 파괴로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지만, 일회성 충격으로 끝나기 때문에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염병은 시설을 파괴하진 않지만 공장 가동을 어렵게 만들면서 생산에 충격을 주고, 사회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면서 소비에 커다란 타격을 준다.
넷째, '정치·사회적인 파장'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탈리아, 이란처럼 취약한 정부가 붕괴해 정치적·지정학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코로나19 사태가 투자자들의 분석 툴과 인사이트가 더욱 확대되고 깊어지는 계기로 활용되길 바란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