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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한 매도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미 사상 최고치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 '팔만큼 판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매일경제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저점(2008년 10월) 당시 외국인은 코스피서 4조5900억원어치를 팔았다.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은 566조원 남짓이었다. 시가총액의 2.72% 정도를 1달만에 외국인이 팔아치운 '역대급 매도'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선 매도 강도가 더 세게 나타났다. 3월 들어 27일까지 1달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시가총액 1156조원의 2.76%에 달하는 12조원을 팔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금액 감소분을 놓고 봐도 이번 매도는 역대급이다. 과거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공포감이 극에 달했던 2008년 10월 한달 동안 외국인의 코스피 내 보유 시총 규모는 216조원에서 169조원으로 줄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지난 27일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436조원으로 2월 말 520조원보다 9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2008년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이 현재의 절반 수준인 것을 감안해도 이번 외국인 매도강도가 얼마나 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하락국면에서 저가매수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3월 들어서만 10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무서운 기세로 주식을 사들이는 바람에 지수가 그나마 1400선을 찍고 올라온 것이지, 외국인 매도만 놓고 본다면 금융위기 때처럼 '반토막'이 났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짧은 기간, 사상 최고수준 규모 매도금액이란 점에서 코스피는 외국인이 역사적 과매도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여전히 코로나 확산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에 외국인 매도는 누적 기준으로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매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와 이로 인한 외국인들이 위험자산 정리 움직임이 마무리 단계라고 보기엔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금액이나 매도강도로는 '팔만큼 판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에 없는 국면인 만큼 추가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여전히 증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V-KOSPI 지수는 지난 19일 69.24로 고점을 기록한 뒤 25일 49.32선까지 잠시 내려오는 모습을 보였지만, 27일 재차 오르면서 54.62선에서 장이 마감됐다. 통상 V-KOSPI 지수가 50을 넘어서면 매우 높은 변동성 구간에 진입했다고 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과 대만처럼 경제구조와 증시의 대외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서 외국인은 강하게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미국·유럽 내 코로나 환자수 급증과 경제활동 위축이 이어지는 한 외국인 매도는 더 나올 수 있고, 코로나 사태가 통제 하에 놓이는 게 향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그러나 사상 최대 규모 매도를 강하게 이어가는 와중에도 성장성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몇몇 업종에선 매수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바이오·인터넷·게임·필수소비재 업종이 대표적이다. 연이어 5000억원 이상 순매도 규모를 유지하던 외국인은 지난 24일 매도 규모를 줄이면서 숨고르기를 하며 팔고 있다. 24~27일 동안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셀트리온(1720억원), SK하이닉스(910억원), 아모레퍼시픽(298억원),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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