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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3월 24일(14:5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이 다시 상장 채비에 나선다. 2017년 이후 약 4년 만에 주간사를 교체키로 결정함에 따라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다음달 주간사단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티몬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궁금해 하는 사안을 순차적으로 짚어본다.
◆ 왜 지금 상장을 추진하는가
티몬은 다수의 국내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마감기한은 지난 20일까지였다. 몇 곳의 증권사들은 회사에 제안서를 낸 뒤 정성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티몬 측이 제시한 목표 상장 시점은 '내년 중'이다.
상장에 나선 것은 사모펀드(PEF)의 중장기적인 자금회수(엑시트)와 맞닿아 있다. 지난 2015년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신현성 대표(현 티몬 이사회 의장)는 그루폰이 보유한 티몬 지분 51%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이들이 역외 지역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Monster Holdings LP)는 티몬 지분 98.38%를 갖고 있다. 두 PEF가 경영권을 사들인 뒤 몇 차례 증자를 단행해 지분율이 높아졌다.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펀드 만기에 맞춰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수년 동안 롯데, 신세계 등 10대 그룹을 끊임없이 만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티몬을 당장 사줄만한 전략적투자자(SI)를 찾지 못해 원안이었던 IPO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두 PEF 입장에선 상장으로 구주를 출회시킬 수 있게 된다.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면 경영권에 눈독 들이는 잠재 매수자 입장에서 인수가액 부담이 줄어든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VIG파트너스는 삼양옵틱스를 각각 상장시키려 대량의 구주를 매출시켰다. 이후 새로운 주인을 성공적으로 찾은 것을 감안하면, 티몬의 대주주 역시 같은 궤적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티몬 자체적으로도 상장은 필요하다.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어서다.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회사의 자본 총계는 -4346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인 탓이 컸다. 대주주들이 입찰제안을 요청하며 '신주규모 최소 4000억원'이란 조건을 내건 점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 관계자 A는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티몬은 지금 자금확충이 필요한 것"이라며 "대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상장이 이득이 되고 절실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 왜 코스닥인가
그렇다면 티몬은 많고 많은 시장 중 왜 코스닥을 택했는가. 최선이라기보단 '차선'에 가까운 선택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려는 기업에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주식 100만주 이상 등의 규모 요건과 분산 요건, 경영성과 요건, 안정성 및 건전성 요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티몬의 경우 경영성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익 추이와 자기자본 모두 기준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 티몬 매출액은 5006억원, 영업손실은 1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7% 가량 늘어났다. 상장을 밑거름 삼아 자본을 확충하고 영업실적을 개선해야하는 입장이다.
시장 관계자 B는 "현재로선 티몬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수가 없어 나스닥이나 코스닥을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이라며 "상장 이후 체질을 개선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시나리오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 왜 IB들의 관심이 낮은가
이번 입찰엔 내로라하는 대형 증권사들이 다수 불참했다. 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입찰 요청을 받았으나 제안서를 내지 않은 곳이 많다. 대주주들이 외국계 증권사엔 입찰을 제안하지 않아, 사실상 증권사 2~3곳이 주간사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됐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티몬이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신주를 기대하고 있다는 데 부담을 느낀다. 향후 실적이 가시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량의 신주를 세일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선 티몬이 염두에 둔 신주발행량을 듣고 "해외 트랜치(Tranche)를 할당하게 돼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곳도 있다.
시장 관계자 C는 "이커머스 기업이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 신주라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라며 "단순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관과 폭넓게 접촉하기보단 주간사가 확실히 포섭할 수 있는 기관 명부를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한 딜"이라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점도 IB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다.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모두 자본시장 섭리에 빠삭한 이들이라, IB 입장에선 부담되는 고객이다. '뼛 속까지 빼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한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것이 주식자본시장(ECM)의 중론이다. KKR의 경우 '상도의가 없다'는 비판까지 받기도 했다. 지난해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를 SKC에 매각할 당시, KCFT의 상장을 준비하던 주간사단 측에 별도의 언질조차 건네지 않았다. 그때 주간사단 실무진들은 언론사 기사를 보고서야 KCFT의 매각 사실을
시장 관계자 D는 "두 사모펀드들은 업계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요구를 하기로 유명한 데라 조심스러워 진다"며 "IB는 법조계나 회계법인처럼 타임차지(Time Charge·시간당으로 임금을 받는 구조) 방식으로 서비스수수료를 받지 않아, 투입 대비 산출을 헤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