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권 최대 재개발 구역 가운데 하나인 은평구 갈현1구역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소유하고 있는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가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5월 18일 이후로 조합원 총회를 미루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계약 상대가 이미 정해져 수의계약을 맺어야 하는 단지들이어서 규제를 완화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조합은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 건을 상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5월 이후로 미뤘다. 갈현1구역은 지난해 10월 이후 두 차례 유찰돼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행 관행상 시공사를 선정하기 하기 위해선 조합원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자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갈현1구역은 공사비가 총 9200억원 규모로 조합원은 2678명에 달한다. 최소 절반(1339명)이 총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 같은 대규모 총회를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국토부는 모든 정비사업 조합에 "5월 18일 이후 총회를 열라"고 권고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소유한 방배삼익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입찰 과정에서 대림산업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됐다. 두 번 유찰돼 조합은 대림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총회 일정이 연기됐다. 동대문구 제기4구역도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하려고 하지만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비 업계에선 "구청 측이 5월 이전에 총회를 열면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도정법상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50%)가 참석하고 과반이 찬성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수의
사실상 경쟁이 없어 수의계약 단지는 의무 참석자 수를 줄여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정비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