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견 의류 업체 '약진통상'이 매물로 다시 나온다. 일정 수준의 마진율을 꾸준히 거두고 있어 국내외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은 지난 2013년 약진통상 지분 70%를 사들인 바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은 최근 약진통상을 매각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를 재무 자문사로 선정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가상데이터룸(VDR) 실사를 비롯한 회계 자문을 맡게 됐다.
1978년 설립된 약진통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의류 업체 중 하나다. 베트남 뿐 아니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아이티, 미국 등지에 공장을 두고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해 왔다. 유명 브랜드인 갭(GAP)과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 올드 네이비(Old Navy), 빅토리아시크릿 등이 주력 생산 제품이다.
칼라일그룹은 지난 2013년 그로쓰펀드(Carlyle Growth Korea IV, L.L.C.)를 통해 약진통상 지분 70%를 2048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갭(GAP) 브랜드 위주였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주력했다. 전체 거래계정 중 GAP의 비중은 90%에서 70%대까지 낮아졌다.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세아상역 부회장 출신인 김태형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칼라일그룹은 지난 2018년 딜로이트안진을 주간사로 선정한 뒤 매각을 추진했었다. 약 2년 만에 매각을 다시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약진통상은 아직 전년도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2018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5706억원, 영업이익은 131억원, 순이익은 마이너스(-) 136억원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4% 가량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약 38% 줄어들었고 당기순이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그 해 이익이 주춤했던 것은 베트남 하노이 공장 화재 때문이었다. 현지 공장 4채 중 2채가 전소돼 관련된 비용이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영업외비용 계정에 약 222억원 규모의 재해손실이 포함됐으며 유형자산처분손실과 부동산임대비용, 파생상품평가손실도 평년 대비 크게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약진통상이 매년 5~6% 안팎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꾸준히 거둬온 데 주목한다. 업황 자체가 예전에 비해 한풀 꺾였지만, 약진통상은 탄탄한 거래처를 확보한 덕에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
IB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 상 업사이드 포텐셜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분야"라며 "국내외 SI들의 관심이 많은 편이며, 해외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