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신호 켜진 새마을금고 ◆
새마을금고 또한 부동산PF에 다수 참여한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새마을금고에서 아파트 집단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집단대출은 분양아파트·재건축아파트 입주자나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해주는 대출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 집단대출 잔액은 5조4800억원으로 전체 상호금융 집단대출(9조7800억원)에서 56.1%를 차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동산PF와 비슷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채권 보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그동안 집단대출을 많이 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줄어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우려하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금융의 건전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의 현행 리스크 관리·내부 통제 수준에서 영업구역 확대로 외형이 확대되면 상호금융의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가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비과세 혜택'뿐 아니라 영업구역과 관련한 '영업 빗장'이 풀린 측면도 크다. 농협·수협·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이 시·군·구를 영업구역으로 제한한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광역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영업이 가능하다. 이 역시 저축은행 사태 직전 저축은행들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사태에 앞서 저축은행들 영업구역은 11개 지역에서 6개 지역으로 광역화됐다. 이것이 저축은행 간 경쟁을 촉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무리하게 영업에 나서고,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31개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각 상호금융은 각 법규에서 조합원 자격 기준인 공동유대(업무구역) 범위를 시·군·구로 정하고 있다. 시·군·구 단위로 설정된 업무구역 내에서 영업을 기본으로 하되, 해당 연도 신규 대출 중 3분의 1(농협은 전년 대출잔액의 2분의 1)까지만 비조합원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관계형 서민금융'이라는 상호금융의 기본 취지상 조합원에게 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한도가 없는 대신 전국을 9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권역 외 대출한도(신규 대출의 3분의 1)를 설정해둔 상태다. 동일한 권역에 있다면 제한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새마을금고는 △서울·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 9개 권역을 두고 있다.
이는 새마을금고 여신업무방법서(내규)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령상 근거가 없이 법규상 업무구역을 뛰어넘는 광역권역 내 대출을 3분의 2 이상 운영하도록 한 것은 새마을금고법과 행정안전부 고시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영업권역은 영업 형태가 유사한 저축은행과도 겹친다.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제주 △충청 등 6개로 나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인 저축은행과 비과세 혜택 예금을 제공하는 '관계형 서민금융기관'이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광역 단위로 구역이 넓어지면 기존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다를 바 없는 지역 금융회사가 되는 셈"이라며 "광역 단위로 운영되다 보면 수익이 나는 점포만 남고 나머지는 폐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단위 금융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부여되는 비과세 혜택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수협·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에서도 새마을금고처럼 영업구역을
이미 신협 영업구역을 현재 시·군·구에서 10개 광역 지역으로 확대하는 신협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상호금융이 '은행화'하면서 서민금융을 근간으로 하는 상호금융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승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