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가 처음 나왔다. 의결정족수 부족 때문이다. 상장사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시엔 대주주 등의 의결권이 발행주식 총수의 3%까지만 허용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주총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11일 코스닥 상장사 디에이치피코리아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이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는 원안대로 승인됐다. 디에이치피코리아는 대주주 삼천당제약이 지분 38.38%를 소유하고 있다. 디에이치피코리아는 소액주주가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해 그들의 주총 참여가 절실했지만 주총장을 찾은 소액주주는 거의 없었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새로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직무를 수행한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샘코도 11일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샘코는 올해 김동성 감사를 3년 임기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샘코 관계자는 "기존 감사가 올해도 감사직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인항공기 제조사 샘코는 대주주 크레도파트너스가 지분 12.49%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감사 선임 부결 위험이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238개로 예상했다. 지난해엔 코스닥 상장사 125개사가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 선임이 부결된 곳은 28개사에 달했다.
감사 부결 사태 원인은 섀도보팅 폐지와 3% 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요건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다. 최소 발행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결의요건 충족이 엄격해졌다. 섀도보팅은 의사 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 <용어 설명>
▷ 3% 룰 :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일컫는다. 주요 주주의 3% 초과분은 발행주식 총수에서도 제외된다.
[정승환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