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4%(3.23달러) 상승한 34.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날 4월물 WTI는 24.6%(10.15달러) 폭락한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하루 낙폭 기준으로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사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협상 결렬 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기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하고 현재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인 산유량을 다음달부터 1230만 배럴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러시아마저 원유 증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도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이날 전일 대비 885원(17.18%) 내린 4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6%대 하락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2.49%) 등 정유주와, 대우조선해양(-2.68%)·한국조선해양(-0.83%) 등 조선주들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과 2014년에도 국제 유가가 급락한 바 있으나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 우려 속에서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정유·화학 업종의 증설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OECD가 3월 이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9%에서 1.5%로 낮추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며 "사우디와 러시아의 극적인 합의 없이는 정유화학 업종 모두 저유가에 의한 가수요 부재, 실수요 부진, 신증설 물량 등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WTI 기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일 1200만 배럴 생산에 복귀하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사우디의 전략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충격을 통해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영구적인 싸움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당장 합의가 나올 수는 없다"며 "OPEC 정례회의는 오는 6월 10일에나 예정돼있고, 그 전에 물밑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2016년 유가 급락 경험을 보면 합의가 실제로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원유시장 치킨게임 유도 의지가 확인된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며 "수요 측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진정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가의 의미있는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