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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2월 28일(16:0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3년 만에 매물로 다시 나온 로젠택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 대기업 입장에서 인수 메리트가 떨어지고 사모펀드(PEF)가 사들이기엔 몸값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회사 주인인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베어링PEA)의 눈높이가 낮아져야 거래 진전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지난달 중순 로젠택배 매각을 위해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위메프와 키스톤프라이빗에퀴티, JC파트너스 등이 참여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이번 매각 실무를 맡고 있다.
매각 측은 마케팅 과정에서 로젠택배의 빼어난 현금창출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2018년도 기준 회사의 이자 및 세금차감 전 이익(EBIT) 마진율은 5.6%로 (주)한진 택배부문(2.2%), CJ대한통운(2%) 등 업계 상위사들을 압도한다.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에 특화돼 있어 개당 판매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를 뜻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15년 이후 매년 350억원 이상을 거둬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의 핵심 타깃인 중소형 화주는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 마진율도 높은 편"이라며 "최대한 많은 물량을 납품해 단가를 낮추는 상위 업체와 사업 모델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성장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점이 두 번째 세일즈 포인트다. 로젠택배의 전체 물량 중 약 85%가 이커머스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 시장이 매년 20%씩 커지고 있어 로젠택배의 수익성도 그만큼 거질 것이라는 게 매각 측의 전망이다.
하지만 잠재 원매자 사이에선 여전히 의구심이 많은 분위기다. 로젠택배가 틈새시장 공략엔 성공했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로젠택배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을 바탕을 하고 있어 동종 업계 상위사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롯데와 한진, CJ그룹 등 대기업(전략적투자자)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의 관심이 낮은 상황은, 인수 이후 동종 업계에 되팔아야 하는 PEF에겐 큰 부담이다.
로젠택배가 보유 중인 자산이 적은 점도 문제다. 2018년 말 기준 회사의 유형자산은 총 346억원이며 토지(116억원), 기계장치(122억원), 건물(62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차량과 물류센터를 직접 보유해 수익성을 높여온 대형사 수익모델과 상이한 것이다.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잠재 원매자가 적은 이유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대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려면 대량의 균질화된 물품을 빠르게 배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지점에서 로젠택배와 이커머스의 상장이 같은 궤적을 그린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로젠택배는 자산 규모가 적어 한 번에 배달하는 운반물량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다"며 "대형사가 싼값에 운반 못하는 영역에서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국내 대기업 입장에선 인수 유인동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3년 전 가상데이터룸(VDR)을 들여다보고 인수 계획을 접은 곳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매각 측이 희망하는 가격은 약 4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4년 동안의 EBITDA 평균값(370억원) 대비 약 11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잠재 원매자 사이에선 다시 나온 매물치곤 눈높이가 과하게 높은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베어링PEA는 2016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으나 무산됐으며, 한 때 미국 대형 화물업체 UPS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의 세일즈 전략이 문제는 아니고, 로젠택배의 자산 특성 상 택배 시장에서 범용성이 떨어
IB 업계 관계자는 "입찰에 들어온 사모펀드 중 단독으로 본입찰까지 소화할만한 데는 없어 보인다"며 "사모펀드가 컨소시엄 파트너로 어떤 기업을 데리고 오느냐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