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059.33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에 연일 팔아대던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모처럼 매수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기대보다 반 박자 빨랐던 연준의 '선제적 조치'에 환영하면서도 경기부양책의 실마리는 통화정책보단 확대 재정정책이 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4일(한국시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8거래일 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한국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던 2월 4주 차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4일 모처럼 코스피에서만 1506억원가량 매수우위를 보였다. 덕분에 코스피는 전일 대비 45.18포인트(2.24%) 올라 2059.33까지 회복했다. 코스닥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14.91포인트(2.38%) 오른 641.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단행 전까지 직전 7거래일(2월 24일~3월 3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연속해서 4조50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주일 단위로 집계하면 지난달 24~28일 외국인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순매도에 해당하는 3조4544억원어치를 팔았다. 앞서 외국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위기가 증폭되던 2008년 1월 14~18일 3조6123억원 규모 매물을 내놓은 적이 있다.
외국인의 컴백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보다 빨랐던 연준의 선제적 조치가 외국인들의 매도 폭탄을 멈출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코스피 매수세로 추세상 전환하려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의미 있게 꺾이는지와 미국이 추가적 경기부양책을 보여줄지를 봐야 한다"면서 "아직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진 않았지만, 연준은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를 실행에 옮겼고 3~4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도 시장에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유동성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기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다소 누그러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국인이 그간 매도한 4조원대 규모에 비하면 이날 매수세는 제한적 유입에 불과해 당분간 추가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우려와 그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공포감은 금리 인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강력한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실물경기 타격이라 금리 인하만으론 효과가 약하다"면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와 함께 재정정책을 써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그간 한국 내수와 주식시장이 무너져도 미국 시장은 자유로웠지만,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할 것"이라며 "서비스업을 비롯한 내수 전반의 수요가 급격히 가라앉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확대 재정정책을 통해 인위적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얼마나 더 매수세를 이어갈진 모르지만, 최근 폭락장을 통해서 한국의 코스피 하방 지지선은 1900 중반대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결국 당분간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국 경기부양책 공조와 코로나19 확산 추세, 원화값 추이 등을 토대로 큰 변동성 아래 등락을 반복하는 횡보장을 보일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추경은 국내 경기 부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나, 채권시장이 기대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원화값 약세를 촉발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야기할 수도 있다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