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생명 주주배정 대상 보통주 1억200만주의 신주를 주당 5000원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말까지 자기 자본 규모를 5100억원 확충한다. 유상증자가 원활히 마무리되면 지난해 말 자본금 1998억원에서 7098억원으로 확대돼 단숨에 삼성자산운용(6015억원), 한국투자밸류(5148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1조6466억원)의 뒤를 이은 2위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회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은 최근 업계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사모 운용사 설립 기준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자본 20억원, 전문인력 3명 이상만 갖추면 되도록 개정했다. 이에 당시 90개 업체에 불과하던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4년 만에 292개로 69% 증가했다.
문제는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우후죽순 자산운용사들이 생겨나면서 시장의 내실도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는 89개 업체에 달한다. 173개 업체는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회사별 양극화는 심화된 셈이다.
여기에 라임펀드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물론 공모펀드 시장마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시장 독과점 체제가 공고해지자 한화자산운용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성장 동력의 발판으로 글로벌 부문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5100억원 중 3000억원을 해외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를 인수 자금으로, 나머지 1500억원은 미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한화자산운용 해외법인에 투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외에 잠재력있는 해외운용사를 인수·합병(M&A)하고, 디지털 신사업 추진을 통해 테크 기반을 구축해 미래 잠재고객 확보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주력한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연계 금융서비스 강화, 대체투자운용사 인수, 디지털 금융생태계 조성, 대표펀드 육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한화자산운용의 대규모 유증에 따라 운용사의 자본 규모의 판세가 바뀌면서 이후 회사 순이익과 직결되는 운용자산(AUM)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 모기업의 지원아래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대형 운용사들과 중소형 운용사들의 양극화가 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당기순이익 집계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3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자산운용이 537억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시장은 금융계열을 등에 업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장 독식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유증으로 몸집을 불린 한화자산운용이 얼마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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