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한국 증시가 코로나19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000선에서 물러난 1987.01로 거래를 마치며 3.3%나 급락했다. 올 들어 연중 고점인 2267.25(1월 22일 종가 기준) 대비 무려 12.36%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도 1526조7990억원에서 1337조7170억원으로 줄어들며 시총 189조820억원이 증발했다.
당장 코스피가 연간 고점 대비 12%가량 급락한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 훼손이 현실화하는 분위기인 것이 문제다.
1일 매일경제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순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존재하는 485개 기업의 주간 단위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1월 23일 125조9169억원이던 전체 기업 순이익 전망치는 2월 27일 5조2194억원이 줄어든 120조6975억원까지 4%나 내려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새 7%나 급감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추정치가 있는 국내 상장사 145곳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월 말 22조5203억원에서 2월 말 20조7567억원으로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당초 3.1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 3.55% 감소로 급속히 변한 것이다.
26개 업종을 대상으로 업종별 이익 전망치 변화를 파악한 결과 작년 말(12월 27일)부터 코로나19 사태 악화 전인 1월 23일까지 반도체(5.42%), 정보기술(IT) 하드웨어(4.72%), 호텔·레저 서비스(3.68%), 건강관리(3.23%), 소프트웨어(2.11%), 기계(1.97%), 화장품·의류·완구(0.91%), 자동차(0.82%), 은행(0.71) 등 9개 업종에서 이익 전망이 증가하고 있었다.
그 후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 이후 1개월(1월 23일~2월 27일)간 유틸리티(7.99%), 자동차(0.77%) 등 극소수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모두 하향 조정됐다.
문제는 국내 전체 기업 이익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까지도 글로벌 공급망 충격 우려에 이익 반등 기대감이 잠시 주춤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종 순이익 전망치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 17일만 해도 37조7055억원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되던 이익 회복 국면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하기 전인 2월 7일 기준 37조3535억원으로 이익 전망치가 3520억원 하향 조정됐고, 이후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단 코로나19 사태 확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계약가격 추이는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와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월 평균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월보다 2.5% 상승해 3개월 연속 가격 회복세를 보이고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이익 전망 악화가 현실화하려면 기업 파산이나 실업자 증가 현상이 벌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는 찾기 어렵다"며 "안정화 국면에서 소비·생산 회복 또한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