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의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방안이 건설업체 경영을 압박하고 주택의 적기 공급을 늦춘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상 부실벌점이 많으면 아파트 선분양이 제한되는데, 원안대로 시행되면 사업장이 많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업체 가운데 70% 이상이 선분양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만~2만가구 이상씩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들이 대거 위기에 몰리는 셈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부실벌점은 건설사의 사업 관리나 설계, 용역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부과하는 벌점이다. 점수가 쌓이면 입찰 심사나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개정안은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현행 평균(현장별 총 벌점을 현장 개수로 나누는 것) 방식에서 합산 방식으로 바꾸고, 공동도급(컨소시엄) 벌점을 기존 출자 비율에 따른 개별 부과에서 컨소시엄 대표사에 일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예를 들어 어떤 건설사가 현장 100곳에서 콘크리트 재료 관리 소홀, 배수 상태 불량 등의 이유로 벌점 3점을 받았다면, 현재는 이를 현장 개수로 나눠 벌점이 0.03점이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면 100배인 3점으로 산정된다. 사업장이 많을수록 불리해지는 것이다.
벌점이 쌓이면 건설사들은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공공공사 사전입찰 자격심사(PQ)에서 감점이 생기고, 벌점 규모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시공능력평가액도 감액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벌점 누적에 따른 아파트 선분양 제한 조치가 가장 타격이 크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의 벌점을 취합한 결과, 앞으로 75%에 달하는 15개 업체에 대해 선분양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개
하지만 정부는 새로운 부실벌점 집행이 2년 뒤인 2022년 7월 이후인 만큼 일단 개정안대로 제도를 운용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