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의 편법 낙하산 ◆
금융감독원 직원이 퇴직 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재취업을 했다가 유관기관 재취업심사 기한이 지난 뒤 시중은행 감사로 옮기는 이른바 '3쿠션'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파생결합펀드(DLF) 판매로 물의를 빚은 은행들에 '낙하산'을 보내는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에서 신임 감사로 금감원 출신 장 모 전 국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장 전 국장의 금감원 마지막 직책은 저축은행감독국장이었다. 장 전 국장은 퇴직 후 신협중앙회에서 검사·감독이사로 일했다. 신협중앙회 검사·감독이사는 금감원 출신들이 독차지해 온 자리다.
직전 오정식 우리은행 감사는 은행권에서 유일한 '비(非) 금감원' 출신 감사로 주목받았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함께 외압 없이 민간에서 뽑은 첫 사례였다.
특히 장 모 전 국장의 선임이 결정된 시기는 우리은행에 대한 DLF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둔 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확한 배경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시기였던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DLF 제재심 대상인 하나은행의 신임 감사 역시 금감원 출신의 조 모 전 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조 전 국장은 일반은행검사국장을 끝으로 금감원에서 퇴직했다. 조 전 국장은 현재 금융권 인력파견업체인 '고려휴먼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업체의 전 대표 역시 금감원에서 퇴직한 이 모 전 국장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장 전 국장과 조 전 국장이 3년간 눈에 띄지 않는 보직을 맡고 있다가 재취업 심사 기한이 지난 뒤 처우가 좋은 시중은행 감사직으로 옮겼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서 부원장보급(임원급) 이상을 역임한 다른 은행 감사들과 달리 국장급으로 퇴직했다는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의도 여부를 떠나 DLF 판매로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은행에 금감원 퇴직자가 재취업을 한다는 건 누가 봐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