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21일(15:2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서 인수합병(M&A)을 총괄 중인 조만철 씨가 매니징디렉터(MD·Managing Director)로 승진한다. 토종 증권사 출신이 외국계에서 임원급까지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만철 도이치증권 IBD 대표(Head of Korea Investment Banking Division)는 다음달 MD로 승진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본사(Asia Pacific)는 관련된 결제를 이미 마친 상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MD는 파트너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직급이다. 한국 기업의 임원에 해당하는 포지션이어서 '외국계 IB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 대표는 1998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일하다 미래에셋캐피탈로 옮겼다. 2007년 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이직한 뒤 M&A 자문 분야에서 레코드를 쌓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2013년 9월엔 도이치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외국계 뱅커로 거듭났다. 도이치증권 합류 당시엔 안성은 대표, 이동환 부대표와 함께 이직한 터라 업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M&A 자문 시장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보여왔다. 우리투자증권 시절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현대건설 매각, 새한미디어 매각 등의 자문을 맡았다. 도이치증권에선 인수자문에서만 '9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AB인베브의 오비맥주 인수(6조 1710억원),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2조 650억원), 하나금융투자PE의 SK E&S 발전사 3사 인수(1조 1860억원),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1조 110억원),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6850억원), 모건스탠리PE의 이노션 지분 인수(3000억원)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국내 M&A 역사 상 최대 규모인 홈플러스 딜에도 참여했다. 당시 MBK파트너스 측 인수 자문을 맡아 7조 6800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의 승진은 그간 활약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간문제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는 "조만철 대표는 메릴린치 시절부터 일찌감치 '업계 스타'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내부 징계, 본사 정책 등의 이슈로 승진이 늦어진 것 뿐 사실상 시간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유의미한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토종 증권사에서 M&A 업무를 맡았던 인물이 외국계IB 임원으로 승진한 최초의 사례여서다. 조 대표를 비롯해 노무라금융투자, 크레디트스위스, UBS 등에서 활약 중이지만 MD 직책을 달았던 인물은 없었다.
이로써 도이치증권 IB부문 MD는 안성은 대표와 함께 두 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국법인의 위상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작년 초 독일 도이치은행 본사는 내후년까지 9만 2000명인 인원을 7만 4000명으로 감원하고, 글로벌 주식매매 및 트레이딩 부문을 철수하
다른 시장 관계자는 "그동안의 트랙레코드를 감안하면 아시아 본사 차원에서 한국 IB를 폐지할 이유가 없다"며 "조 대표의 승진은 도이치증권 IBD 부문 '철수설'을 잠재우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