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에 휘둘리는 한국증시 ◆
작년에도 외국인은 전체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했다. 코스피는 2018년 말 2041.04에서 2019년 말 2197.67로 7.7% 올랐고, 시총은 1343조원에서 1475조원으로 9.8% 증가했지만 외국인 연간 수익률은 20%에 달했다. 2019년 연간 외국인 총수익은 예상치가 96조원대로 추산된다. 증시 개방 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는 작년 1~3분기 중간배당금만을 반영한 전망치다. 4분기 기말 배당금이 추가되면 외국인 총수익은 더 높아진다. 2018년 상장사 결산배당금은 21조원이었다. 2019년에도 이 수준의 배당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 중 8조원이 외국인 몫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이 2019년 한 해 132조원 증가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은 상당한 수익을 챙겨가는 셈이다.
작년 12월까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진했던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을 제외하고도 주식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중 5조원대 매도 공세를 펼치던 외국인은 작년 한 해 전체 동안 소폭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정작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비난하던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5조원 넘게 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 한국 개인과 기관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말 64.2%에서 2019년 말 61.9%로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훨씬 능가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장기 투자로 키운 몸집으로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개방 이후 2004년 말 보유시총 비중이 4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시총 기준 보유금액을 늘려왔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시총 보유금액은 2007년 말 308조원에서 166조원대로 줄었고 시총 비중도 28.9%까지 후퇴했지만 꾸준히 한국 증시에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61조원을 보유하고 전체 시총의 38.1%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커진 외국인의 덩치는 힘으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외국인 순매수 간 상관계수를 60일 이동 평균 기준으로 신영증권에서 조사한 결과 2005년 하반기~2007년 1분기 0.2 수준으로 줄었던 상관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0.4~0.6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코스피가 오르내리는 것의 인과관계는 모르더라도, 외국인의 순매수 여부가 갖는 설명력이 20% 수준에서 40~60%대로 한 단계 높게 뛰어오른 셈이다.
월별 코스피 등락률을 봐도 외국인의 영향력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2010년 이후 2019년 12월까지 전월 대비 가장 지수가 많이 떨어진 달을 보면 어김없이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있었다. 한 달 만에 무려 13.37%나 지수가 하락한 2018년 10월 외국인은 한 달 만에 4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인 독식 현상을 막으려면 부동산과 해외 투자로 간 국내 투자자금의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인들이 자국 증시를 외면하는 사이 한국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외국인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