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6 부동산대책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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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세 중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김씨는 해당 아파트 구입 목적으로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초고가 아파트 기준을 15억원으로 못 박았고 이 금액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을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수요자가 관심 있는 서울 주요 지역 대단지 30평형대에서 김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이 대출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대흥동 마포자이2차 아파트 84.95㎡(33평형)는 이 면적으로 가구 수가 368가구에 달하는 인기 아파트다. 그러나 감정원 시세가 13억4500만원인 데 반해 KB시세는 15억원으로 '커트라인'에 올라와 있다. 향후 집값이 1000만원이라도 오르면 곧바로 대출이 막히게 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12·16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집값이 비교적 안정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통계 기준을 한국감정원 시세에 맞춰왔는데 돌연 은행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한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감정원보다 주택 가격이 높은 KB시세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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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아파트는 KB국민은행이 전국 아파트 단지 중 가구 수와 평균 시세를 곱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위 50개 단지를 뜻한다. 서울 주요 아파트 30평형대 10곳 중 7곳은 KB시세가 높게 나왔으니 이 기준으로 대출 규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30평형대의 KB시세 평균값은 17억6071만원으로, 감정원(17억400만원)보다 평균 5671만원 높게 나왔다. 두 시세 간 격차가 가장 큰 곳은 강남 인기 단지인 잠실동 리센츠 84.99㎡(33평형)로 나타났다. 이곳은 송파구 대표 단지 중 한 곳으로 이 면적대 가구 수가 3590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다. 그러나 감정원 시세가 18억1000만원이지만 KB시세는 이보다 1억8000만원이나 높은 19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잠실엘스 84.8㎡(33C평형)도 감정원 시세가 18억1000만원인 데 반해 KB시세는 이보다 1억6500만원 높은 19억7500만원이다.
잠실동 대단지 이외에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84.98㎡도 KB시세가 감정원보다 1억1833만원 높게 나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감정원 시세가 KB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조사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시세에 더디게 반응하는 경향 때문"이라며 "정부의 공인 지표가 된 이후 이 같은 괴리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와 감정원 집값 통계는 주택 시장의 양대 지표다. 감정원은 주택법과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지정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업무 위탁기관이다. 당시 국토부는 위탁기관 지정 목적을 "감정원이 주택 가격 동향 조사 업무를 수행할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KB시세가 주요 잣대로 활용돼왔다. KB국민은행으로 합병된 과거 한국주택은행 시절부터 시작해 30년 가까이 데이터를 쌓아왔다.
현재 KB시세는 서울 아파트만 기준으로 6750개 표본을 갖고 있다. 같은 기준 감정원의 2.5배 수준이다. 조사 방식은 중개업소에서 온라인으로 직접 실거래가를 입력하면 그 값을 취합하고 별도 인터뷰를 통한 보완이 이뤄진다. 감정원은 월 1회로 정규직 조사 전문가가 집값을 조사하는데 실거래가를 우선으로 파악하고, 실거래가가 없으면 유사거래, 또는 협력 중개업소를 통한 가격 확인 등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감정원 통계는 정부의 집값 안정이라는 대전제의 단골메뉴로 사용돼왔다. 특히 시장에서 집값 급등을 지적했을 때 주요 반박 논리가 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통상 호가 기준의 시세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KB, 그보다 낮은 게 감정원"이라면서 "정부가 집값 동향을 얘기할 때는 감정원 시세를 활용했다가 대출 규제를 할 때는 KB시세를 활용하는 것은 데이터를 입맛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실거래 가격만으로 주택 가격 변동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거래량이 많지 않고, 일부 고가 주택, 인기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거래가만으로 시장 상황을 해석하면 실제 시장을 과잉 해석하게 된다"면
그러나 결국 정부는 집값 급등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지난 16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전면 대출 금지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문일호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