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4일(현지시간) 미국의 애플의 시가총액(1조1629억8018만1100달러)은 4일 환율 종가(달러당 1194.3원)를 적용했을 때 1388조9472억원에 달해 한국의 5일 코스피 시가총액 1384조4027억원을 넘어섰다. 약 1조5000억달러(약 17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 추종 기준이 되는 MSCI 신흥시장(EM)지수 내 국가별 비중 순위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2위 자리를 넘겨주고 3위로 추락했다.
나 홀로 하락한 한국 증시와 달리 주요 해외 증시는 일제히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다우존스 지수,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각각 0.53%, 0.63%, 0.54% 모두 올랐다. 이날 미국의 11월 ADP 민간고용 지표는 전월 대비 6만7000명 증가해 예상치인 15만명을 대폭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지며 강세로 마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국, 반도체 강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만에도 한국 증시는 밀렸다. 5일 MSCI가 공개한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을 기준으로 MSCI EM지수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6%로 중국(34.02%), 대만(11.72%)에 이은 3위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MSCI EM지수 내 국가별 비중은 지수에 편입된 해당 국가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한국과 대만은 작년부터 중국A주(중국 본토 증시 상장주식) 편입 비중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서 비중이 함께 축소됐다. 그러나 중국-한국-대만 순으로 이어지던 국가별 비중 순위가 역전된 이유는 한국 증시가 대만에 비해 11월 지수 조정 이후로 더 심한 약세장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26~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121.35에서 2087.96로 1.57% 하락했지만 대만 자취엔지수는 같은 기간 1만1576.82에서 1만1489.57로 0.75%로 더 적게 내렸다.
삼성증권이 블룸버그와 MSC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1월 리밸런싱 적용 당일(27일) 기준으로 MSCI EM지수 내 국가별 비중은 중국 32.6%, 한국 12.2%, 대만 12.1%로 한국이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11월 지수 조정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한국 비중이 줄어든 규모는 -0.47%포인트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11월 29일 지수 조정이 끝난 이후로 한국·대만 간 순위가 바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상장도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을 일부 설명할 수 있는 변수다. 지난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람코 공모가는 주당 32리얄로 기울고 있다. 공모가가 주당 32리얄로 확정된다면 아람코 시가총액은 1조7100억달러(약 2034조원)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사례로 등극하게 된다. 아람코 자체가 직접 한국 비중 축소의 원인을 제공하진 않지만,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들이 아람코 공모주 청약을 위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반대로 대만은 미·중 무역분쟁의 수혜와 반도체 파운드리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A주 비중 확대에도 불구하고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중국 내 생산기지를 대만으로 되돌리면서 관세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MSCI EM지수 조정으로 인한 악재는 내년에도 한국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중국 본토의 낙후된 금융규제로 인해 중국A주가 유일하게 MSCI EM지
김동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5월에도 MSCI는 중국A주 편입 비중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며 "중국의 금융규제가 10~20년에 걸쳐 완화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