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이 같은 비용 증가에 더해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수수료 수입 감소까지 '3중고'를 떠안은 은행들은 이달부터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실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최근 일제히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은행장 보고를 진행했다. 이들은 먼저 올 들어 초저금리 시대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를 설명하고 리스크 관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은 올해 경영 화두로 '리스크 관리'를 제시한 바 있다.
은행들은 올해 이자 수익 감소를 예상해 신탁판매 등 수수료 수익을 대거 늘렸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수수료 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8.8% 늘어난 6766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수수료 이익이 5.2% 늘어난 5188억원, 우리은행은 4.2% 증가한 727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이자 이익 증가 전략은 내년 사업 계획에서는 대거 빠졌다. 지난달 14일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이자 이익의 핵심인 펀드·신탁 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에서 사모펀드와 신탁 판매가 제한됨에 따라 관련 수수료 이익이 내년부터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했다"며 "급격한 순익 감소를 위해 비용 통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이 급선무가 되다 보니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사라지고 점포 신설 계획마저 보류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되면서 점포 신설 계획이 올스톱됐다"며 "올해부터 이미 기존 점포 신설 계획도 뒤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국내 점포 신설 계획은 15곳이었지만 3분기까지 실제 새로 문을 연 지점은 6곳에 그쳤다. 다른 은행 3곳도 올해 점포 신설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2017년 71곳에 달하던 4대 은행의 신설 지점 수는 작년 39곳에 이어 올해 10월 말까지 37곳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비대면 활성화로 지점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DLF 사태 여파로 신설 움직임이 있던 자산관리(WM) 목적의 복합점포 신설도 주춤해진 탓이다.
은행들 비용이 급증한 것도 지점 수를 늘리기 어려운 조건이 되고 있다. 4대 은행 일반관리비는 올 들어 3분기까지 9조4747억원에 달했다. 2016년 3분기 누적으로 8조9244억원이었던 일반관리비는 이후 2년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는 작년(8조8042억원)보다 7.6% 급증했다. 일반관리비는 직원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퇴직급여충당금, 영업점 임차료 및 지점 물건비 등이 포함되는 은행의 주요 비용 항목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고령층 고객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보호를 이유로 점포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활성화로 점포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지점 폐쇄를 어렵게 하고 있어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 중
일부 은행은 근거리 내 지점끼리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연말부터 목동방송타운지점과 목동중앙지점을 통합해 확장·이전한다. 또 은행들은 이달부터 일제히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조건과 규모는 노사 협의 사안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