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거의 채워 대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604조2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570조3635억원)과 비교하면 5.95%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5%대'를 꽉 채운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조세를 보인 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증가율 기준을 5%대로 제시했다. 시중은행은 여기에 맞춰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당국에 제출한다. 수요가 몰린다고 은행이 무조건 가계대출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시중은행 가운데 특히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9.46%로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은 7월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6.88%, 우리은행은 6.53%, 하나은행이 6.12%로 그 뒤를 이었다. 일찌감치 예대율(예금-대출 비율)을 관리한 국민은행은 2.09%로 낮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도 이미 중단됐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적격대출은 최장 3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는 정책 상품으로, 매 분기 한도가 정해진다.
내년에 도입되는 예대율 규제도 은행들이 섣불리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은행은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현행보다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같은 비율로 낮춰야 한다. 예대율 관리 기준은 100% 이내다. 가계대출을 줄여야만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에 맞출 수 있는 것
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금리로 대응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보다는 내년 초에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