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아람코는 전 세계 기업 중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1위를 기록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3559억달러(약 412조원), 순이익은 1110억달러(약 129조원)로 시총 1위 애플의 작년 순이익인 약 595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가 공개한 IPO 계획서는 목표 공모가 범위를 주당 30~32리얄(약 9335~9958원)로 제시했다. 이를 전체 기업 가치로 환산하면 최저 1조6000억달러(약 1867조원)에서 최고 1조7100억달러(약 1996조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다음달 사우디 주식시장 타다울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주식은 30만주로 전체 지분 중 1.5%(약 30억주)다. 이번 상장으로 아람코가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는 최저 900억리얄(약 243억달러)에서 최고 960억리얄(약 259억달러)에 달한다. 2014년 세계 최대 규모 IPO였던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250억달러)을 넘어설 수도 있다. 아람코는 오는 12월 5일 공모가와 기업 가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사우디 증시 상장 일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기준 애플의 시총은 1조1670억달러,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1조2400억달러 수준이다. 아람코 한 기업이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2016년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 기업 가치를 2조달러로 제시했다.
아람코 IPO가 세계 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단기 자금 동향 차원에서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람코가 전체 지분 중 1.5% 상장을 제시함에 따라 유통 시총은 최대 2억57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이른다.
아람코 지분 1.5%가 전부 상장돼 ESCI EM 지수에 편입된다면 상대적으로 EM 지수 내 한국 종목들의 비중은 줄어든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한국 종목들이 MSCI EM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 12.2%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아람코가 12월 중 편입된다면 한국 비중은 0.2%포인트 감소하고 유출 금액은 9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람코 편입 이전에 이미 한국 비중은 중국 A주 편입 확대로 한 번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지난 8일 MSCI 11월 반기 평가에서 시장 예상보다 중국 A주 편입 비중이 높아졌다. 8일 기준 한국 비중은 12.03%에서 11.59%까지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MSCI 지수 내 국가 간 비중 조정은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의 경우 아람코 상장 시 같은 에너지 업종 내에서 투자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며 "아람코를 사는 대신 한국 내 에너지 업종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 일정이 남은 만큼 당장 대거 자금 이탈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1월 말 3차 리밸런싱으로 중국 A주 확대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최대 2조원대 패시브 자금 유출이 가능하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등 대외 변수와 실물경기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