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는 2011년 금융위원회의 론스타(영화에서는 스타펀드) 외환은행(대한은행) 매각 승인 전 70여 일 동안의 과정을 풀어나간다. 그 내용의 일환으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불거졌던 '론스타 먹튀 논란'에 대한 국민 기억을 소환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론스타의 질긴 인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15일 오후 기준 개봉 후 평일 이틀 동안 관중 26만명이 블랙머니를 관람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이나 관가에서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일반 관람객들의 영화 후기를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라는 전제로 시작하지만 자칫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팩트'로 인식돼 사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이다.
론스타의 인수·매각 과정에 대한 의혹도 일부 존재하지만 영화 속 대사나 장면은 실제와 다른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가격에 대한 시각이다.
영화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자산 '가치' 70조원의 대한은행을 1조7000억원에 매각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헐값 매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등장하는 '자산 가치'라는 표현은 은행의 부채를 감안하지 않은 총자산 규모를 뜻한다. 당시 외환은행의 부채를 감안한 순자산 규모는 수조 원에 불과했다. 단순히 자산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68조원 이상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해서도 이미 2006년 전후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옛 재정경제부가 배포한 설명자료를 보면 론스타는 오히려 2003년 8월 인수 당시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입가(평균 4250원)는 2003년 7월 중 평균 주가 3729원과 비교했을 때 약 14% 높다.
영화 시작 당시 등장하는 '의문의 사고'도 실제 벌어진 일들과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관여한 외환은행과 금융감독원 직원이 각각 의문의 사고로 죽는다. 두 사람은 금감원이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수 있도록 외환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해 금감원에 전달한 장본인으로 묘사된다. 그런 두 사람이 2011년 '먹튀 논란' 속 금융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기 70여 일 전 돌연사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현실 속 같은 인물인 외환은행 A차장은 2005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조작을 공모했다는 금감원 직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BIS 비율 조작설은 2006년 감사원의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조사에 대한 발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감사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유리하도록 8%대여야 할 BIS 비율을 6%대로 조작해 부실을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경부 당시 반박 자료와 사건에 정통한 공무원들에 따르면 2003년 초부터 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과 영화 '판도라'의 관계처럼 영화를 통해 각색된 정보가 정부 정책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한 '국가 부도의 날'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아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