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대책발표에 운용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간 DLF, 라임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규제 강화 방향은 예감했지만 생각보다 정도가 강력해 향후 생존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금 하한선 규제가 과도하다며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 발표에서 운용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가입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한 것이다. 레버리지를 200%이상 쓸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라갔다.
이 같은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운용 규모가 영세한 중소 운용사다. 가뜩이나 인지도 높은 대형 운용사로 투자금이 몰리는 추세인데 이번 조치로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형 사모운용사 대표는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 이상 50억원 모으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펀드당 49인까지만 모객이 가능한 사모펀드 특성과 최대한 49인까지 인원을 채우려는 운용사 성격을 고려했을 때 50억원 규모로 펀드가 설정됐다면 인당 1억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투자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100억원 미만으로 설정된 사모펀드 자금 출처 상당분이 개인 투자자"라고 말했다. 개인 고객 위주의 작은 운용사로서는 비교적 소액으로 자금을 싣던 투자자 대부분을 잃게 된 상황이다.
시장 인지도가 높은 대형 운용사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중소형 운용사들보다는 우려가 덜한 모습이다. 이미 3억, 5억 이상 개인고객을 많이 유치하고 있고, 기관 자금 비중도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 사모운용사 대표는 "우리 펀드 대부분은 레버리지 비율이 200%이상이고, 인당 투자금액이 이미 5억원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위축되면서 대형사들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인당 1~2억원씩 받아 소규모 펀드를 꾸린 영세 운용사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로 부동산 등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3년 이상 만기의 폐쇄형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 투자금 하한선이 3억원으로 올라가면 투자자들이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이 같은 펀드에 투자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펀드별 운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개인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레포펀드도 이번 규제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레포펀드와 대체투자펀드가 그간 사모펀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이들 펀드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1억이나 3억이나 결국 누구에게나 소중한 돈일진대 가입자 풀을 줄이는 것보다 상품 자체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
한편 금융위는 전체 사모펀드 중 개인판매 비중은 약 6.6% 수준이라며 최소투자금액 기준 상향이 전체 사모펀드 투자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일반법인의 사모펀드 평균투자금액은 지난 9월 기준 55억 1000만원 수준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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